“대선때 세종시 원안추진 발언 부끄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李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수정안 혼란 - 사회갈등 정말 죄송스러워” 공식 사과
“국가 백년대계 생각하면 원안대로 갈 수는 없어”

“수도 분할은 안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지금 바꾸는 게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사회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도 분할은 안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문제에 대해 “지금 바꾸는 게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사회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일부 행정부처(9부 2처 2청) 이전을 골자로 하는 세종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처럼 약속했던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이 대통령이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겠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정부의 수정안 마련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 공개를 목표로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진행된 ‘특별TV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대선 때 세종시 원안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충청표를 의식한 것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면서 “안을 바꿈으로써 혼란이 오고 사회갈등이 빚어지게 된 것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를 할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얘기했다. 선거가 가까워지니까 말이 바뀌더라. ‘원안대로 해야죠’라고 한 것도 사실이다”며 이같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충청도민 처지에서 보면 정치권이 계속 번복을 하니까 참 혼란스럽고 속이 상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전쟁 중인데 9개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 (공직자들이) 대통령 만나러 서울 올라와야 한다. 국회도 6개월 열린다”며 수도 분할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야당 및 여당 일각에서의 수정 반대 목소리에 대해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약속했으니 원안대로 하자는 주장도 이해한다”면서도 “반대하는 분들이 다음 정권의 대통령이 되지 않겠느냐. 역사에 서로 부끄럽지 않게 떳떳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다른 지역이 세종시 때문에 역차별을 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세종시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게 이곳으로 간다는 이런 일은 정부는 하지 않는다. 혁신도시는 당초 계획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수질악화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강 복원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일축했다. 또 예산 낭비 논란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4년에도 43조 원 규모의 수해방지 계획을 세웠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87조 원 규모의 신국가방재방안을 세웠지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정치적으로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북핵 포기에 도움이 되고 국군 포로 등 인권 문제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며 “정상회담 장소는 우리가 두 번 (북한으로) 찾아갔기 때문에 한국으로 와야 하지만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융통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당의원 전원 사퇴 결의

한편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은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세종시 원안이 무산될 경우 전원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결의했다.

자유선진당 총재비서실장인 임영호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주장은 설득력도 없었고 충청인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도 못했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이회창 총재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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