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군 경쟁력은]<하>사람이 경쟁력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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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우리 시군 경쟁력은]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24532844.1) 성장 가로막는 두뇌 유출
[우리 시군 경쟁력은]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24532844.1)86개 郡 지역 인구 15% 감소 고령화율 21%… 도시 2배넘어

○ 인재유치 확보 모델
곡성군 年20억~30억 교육 투자 외지서 年100여명 고교생 유입


○ 지역리더 강화 모델
전남보성 지역농가 리더들 주력상품 ‘홍차 → 녹차’ 성공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지역경쟁력지수(RCI) 평가에서는 의외의 결과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지역경쟁력은 대도시와 가깝거나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 우수하다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강원 평창군, 인제군 등 일부 시군은 대도시와 연계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하고 독자적인 생활권과 발전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됐다.》이들 모델의 성공 비결에는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나 외지 기업 유치에만 매달리는 ‘대도시 따라하기’ 경쟁 대신 지역 내의 자산을 이용한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핵심인재 양성, 유지, 확보에 주력한 결과였다.

○ 성장을 가로막는 ‘브레인 드레인’

전국 86개 군 지역 대부분은 ‘두뇌 유출(brain drain)’과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5∼2007년 일반 시의 인구는 27.9%, 면 단위 행정구역이 포함된 ‘도농통합시’ 인구는 6.6% 증가한 반면 군 지역은 14.7% 감소했다. 강원 정선군의 인구는 32.7%, 경북 봉화군은 30% 줄었다. 급속한 고령화가 함께 진행돼 소득기반도 취약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은 일반 시가 8.1%, 도농통합시가 12.6%인 데 비해 군 지역은 21.6%에 이른다.

강원 인제군 냇강마을 뗏목체험 현장. 냇강마을은 ‘마을리더’ 양성프로그램을 거친 마을 지도자를 중심으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냇강마을
강원 인제군 냇강마을 뗏목체험 현장. 냇강마을은 ‘마을리더’ 양성프로그램을 거친 마을 지도자를 중심으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냇강마을
이 같은 상황에서는 지역 스스로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 주어진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지역 교육인프라 개선을 통한 인재 육성 △지역 리더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 △핵심인재 유치 및 유지 등의 체계적인 지역 인적자원 개발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는 최근 한 논문에서 “전략이 성공하려면 가치, 수익, 인재 등 3가지 제안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가치와 수익 제안이 훌륭해도 인재 제안이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동아비즈니스리뷰(DBR) 9월 15일 발행 41호 참조)

○ 인재 유치와 확보를 위한 인재경영 모델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경남 거창군, 전남 곡성군 등은 교육 인프라 투자가 지역 인재 확보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조형래 곡성군수는 “6년간 매년 20억∼30억 원씩 교육 인프라에 투자했더니 지역 고교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했다”며 “고교가 살아나자 연간 100여 명의 고교생이 외지에서 유입돼 인구 감소세도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갑철 강원 화천군수는 “학습관을 지어 지역 내 우수 학생들을 집중 교육한 결과 중학교 졸업자 상위 15명 중 14명이 지역 고교로 진학해 ‘인재 유지(retention)’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여건과 전략에 맞게 지역 출신 우수인재와 귀농자, 은퇴자 등 외지 인구를 유치해 활용하는 적극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해외의 잘나가는 지역은 지방정부가 나서 핵심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지역 중 하나인 오클라호마 주는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클라호마대 졸업생의 연령, 전공, 주소 등을 확보하고 주 정부 차원의 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이 결과 2005∼2007년 약 6000명이 거주환경이 뛰어난 캘리포니아 주에서 오클라호마로 이주했다. 중국 광저우(廣州) 시는 정보기술, 생명공학, 금융 등 지식기반산업 분야 유학생의 정착비용과 창업비용을 지원한다.

○ 혁신 DNA를 이식하는 역량강화 모델

한국의 대표적인 녹차 산지인 전남 보성군의 주력 상품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홍차였다. 홍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역 농가의 리더들이 주력 상품을 녹차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결정을 내려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이처럼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지역 리더의 양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지역 농가가 보유한 전문기술과 지식을 전수하고 핵심 인력을 지역에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강원 횡성군의 횡성농촌캠퍼스, 양양군의 비전양양21 핵심리더 양성교육, 인제군의 마을리더교육, 전남 무안군의 농어촌지도자대학 지역 리더 발굴 및 심화과정, 경북 상주시의 상주 희망농업아카데미, 경남 하동군 지역핵심리더 혁신역량 강화교육 등이 대표적인 지역 리더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교육 내용의 전문성과 철저한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양양군과 인제군은 한림대, 무안군은 목포대, 하동군은 경상대 등 지역 거점대학과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인제군의 ‘마을리더’ 교육 프로그램은 세 번 빠지면 자동 탈락하는 ‘삼진아웃’제도까지 도입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올해 수강생 72명 중 현재 53명만 남을 정도로 과정 관리가 엄격하다.

특별취재팀

▽팀장=배극인 미래전략연구소 신성장동력팀장 bae2150@donga.com
▽미래전략연구소=조용우 박용 문권모 하정민 신성미 기자

■ 원스톱 업무처리 이끈 노관규 순천시장
“민관 시너지효과… 순천만 관광명소로”


노관규 순천시장(사진)은 ‘순천만’이 생태습지로 주목 받으면서 지역 구성원 모두가 지역 발전 동력의 주체로 변화하고 있는 점에 고무돼 있다. ‘순천만’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 시장은 2007년 ‘순천만’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효율적 관리와 원스톱 업무처리를 위해 관련 직능 공무원을 한 부서에 집중시킨 것. 환경운동가, 기후전문가 등 외부 인재도 채용했다. 이어 시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생태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에 나섰다.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기후, 습지 등에 대한 자발적인 교육 모임이 활성화됐다. 30, 40대 지역 주부들로 구성된 ‘순천만 서포터스’는 100여 명에 이른다.

민관의 공동 노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순천시는 활력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은 300만 명에 육박했고 1000억 원가량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했다. 노 시장은 “순천을 한국의 ‘생태수도’로 만들기 위해 공무원과 시민들이 끊임없이 학습하고 지혜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 농민 리더십교육 강조 박삼래 인제군수
“정부예산 끊기면 郡예산 교육지원”


박삼래 강원 인제군수(사진)는 지역 발전의 핵심 원동력으로 주저하지 않고 인재를 꼽는다. 국가가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마을의 ‘풀뿌리 리더들’이 해내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마을리더’ 교육을 이수한 한 시골 이장은 평범한 농촌마을 앞 냇가에 뗏목을 띄우고 농촌마을 체험프로그램을 도입해 도와 중앙정부의 사업 예산 6억 원을 따냈다. 이 지역은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할 정도의 모범 마을로 변신했다.

1980년대 6만여 명이었던 인제군의 인구는 최근 3만2000여 명으로 줄었다. 인제군은 지역의 재기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받은 농촌 활력 증진사업 예산의 66%는 연구개발에, 34%는 지역역량 강화 사업에 쏟아 부었다.

박 군수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서툴고 묵묵히 농사만 짓던 농민들이 리더십 교육을 받고 마을 지도자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며 “마을 지도자 리더십 교육을 위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끊기더라도 군비로 교육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교육지원 전담부서 신설 유명호 증평군수
“명문고 육성… 5년후 3000명 유입 기대”


“5년 후 증평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유입되는 인구를 3000명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유명호 충북 증평군수(사진)는 “1명이 1000명을 먹여 살리는 지역 인재를 키워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3년 군이 된 증평은 충북에서 가장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곳 가운데 하나이지만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다. 인구 유출은 군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유 군수는 “자체 분석한 결과 군내 초등학교 졸업생 중 43%가 인근 지역인 청주로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제는 교육 투자에 본격 나서 교육을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증평군은 지역 명문고 육성과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군청에 교육지원 담당부서를 신설했다. 명문대 입학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우수한 졸업생을 키워낸 학교 교사에게 1인당 최고 500만 원까지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군, 교육청, 학교, 학부모, 장학재단이 참여하는 인재양성추진협의회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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