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기업가 계급이 번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사진)은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김정일의 가짜 화폐개혁’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최근 가나와 터키는 과거 경제정책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모든 국민이 옛 화폐를 모두 새 화폐로 바꾸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교환액수를 제한해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돈을 종이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나쁜’ 화폐개혁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이 같은 조치가 시장 활동을 억누르고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부의 축적 기회를 빼앗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자본주의에는 공장에서 이탈한 노동자에서부터 직위를 이용해 곡물과 중국산 수입소비재까지 사적으로 거래하는 정부 관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놀랜드 부소장은 “시장 활동을 통해 태동한 기업가 계급이 부를 쌓게 되면 잠재적으로 권력을 갖게 될 정도로 발전해 국가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북한 당국은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은 1948년 수립 이래 거의 10년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화폐개혁이나 이와 비슷한 조치를 통해 민간기업가들의 저축과 자본을 몰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북한에서 시장은 주민들이 국가 감시를 벗어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라면서 “북한 당국이 몰락한 국가경제 틀 밖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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