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단결권 제한… 노사관계 악화” 민주당 “노동계 전체 의견 반영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악수하는 노사정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현안에 대해 노사정 협상이 타결된 4일 협상 대표인 임태희 노동부 장관(오른쪽),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 이수영 경총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사무실에서 협상타결 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김동주 기자
악수하는 노사정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현안에 대해 노사정 협상이 타결된 4일 협상 대표인 임태희 노동부 장관(오른쪽),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 이수영 경총 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사무실에서 협상타결 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김동주 기자
4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에 대한 노사정 회담이 전격 타결되자 야당과 이번 회담에서 배제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회담 결과가 공식 발표도 되기 전에 성명을 내고 “노동계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당론과 배치된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 자율 지급’을 당론으로 주장해 왔다.

민주당 노동특별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에 따라 복수노조는 허용돼야 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역시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이를 포기하고 합의한 것은 야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당론은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 자율 지급’이며 이와 배치된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혀 법 개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민주노동당도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한국노총 단위노조가 반발하는데도 정부와 경총 안이 통과된 것은 날치기”라고 비난했다. 민노당은 성명을 통해 “당초 재계가 주장한 ‘3년 유예’안에서 6개월만 줄인 채 ‘한발씩 양보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라며 “이번 합의안은 노조를 질식시키겠다는 뻔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복수노조 허용은 전체 노동자의 90%에 이르는 비정규직과 중소 영세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타임오프제에 따른 유급활동 내용과 소요시간을 놓고 분쟁이 늘어 교섭과 협약 체결을 지연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노조 전임자의 유급활동시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노사자치라는 헌법상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한나라 “합의안 토대로 연내 법개정”
추미애 “민주-민노총 입장 들어봐야”

노동부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노사정 3자가 4일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합의함에 따라 한나라당은 합의 내용이 반영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노동태스크포스(TF)팀장인 신상진 의원은 이날 오후 김성식 이두아 이화수 의원 등과 함께 법안 개정을 위한 첫 회의를 열어 개정안 문구 등을 협의했다. 한나라당은 개정안을 마련해 7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나오더라도 우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넘어야 할 산이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환노위원장(사진)이 법안 심의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당시 추 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포함된 노사 합의가 없으면 법안 논의를 할 수 없다”며 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한 적이 있다.

일단 한나라당은 ‘노사정 합의’에 의한 법안이라는 것을 앞세워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야당 의원을 압박하겠다는 복안이다. 신 의원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 개정이 안 돼 현행법이 내년에 그대로 시행된다면 노사 모두가 염려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노사정 합의안을 야당에서도 고민해서 수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노사정의 합의라는 것을 강조하면 여야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 위원장은 “민주당이나 민주노총에서도 입장이 있을 테니 (그것을) 들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관계자의 입장이 확정될 때까지 나는 듣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노사정 합의안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한 데 대해선 “여당안을 그대로 상정해서 밀어붙이려고 한다면 그건 잘못된 판단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당이 제외돼 양측의 대대적인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환노위원장으로서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 위원장이 끝내 법안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한나라당이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현행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돼 노동계 혼란의 책임이 추 위원장에게 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정안 심의를 앞둔 추 위원장과 야당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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