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시기가 다음 달 초로 늦춰진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4일 “청와대와 한나라당, 총리실 실무진이 국회에 모여 세종시 수정안 공개 시기를 논의한 결과 수정안을 내년 초로 늦추자는 데 대략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 시기를 12월 말이라고 했는데 그때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충돌이 극대화하고 굉장히 혼란한 시기”라며 “(세종시) 대안 내용을 충실히 해서 내년 1월 초로 조정하는 게 좋겠다. (발표 시기 조정을)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병환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은 “한나라당에서 공식적으로 (시기 조정을) 요청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심지어 12월 7일, 14일에 나온다는 보도가 있으나 이는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다. 이달 말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4일 세종시의 원안 수정을 공식적으로 밝혔을 때 발표 시기를 내년 1월로 정했으나 한나라당이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며 시기 조정을 제안해 일정이 이달 중순으로 앞당겨졌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예산안 처리와 맞물릴 경우 집중력이 분산될 우려가 제기되자 당정이 일정 조율에 나섰다.
특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기대보다 부실할 경우 논란에 휩싸일 것이 분명한 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도 지난달 30일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3차 회의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 방안을 공개했지만 대기업과 연구소, 대학 유치가 생각처럼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게 이미 확정된 일부 정부 출연 연구기관조차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형편이다. 더욱이 충청권 여론도 세종시 원안 수정에 호의적이지 않아 정부로선 여론 설득 작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원안대로 부처 옮기면 年4000억 손실” 행정硏 추산… 민관위 공개안해▼ 정부 행정기관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옮기면 이로 인한 행정 비효율로 연간 4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는 추산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정부부처 이전에 따른 제반 문제에 대한 중간보고’를 통해 이같이 보고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행정연구원은 독일의 베를린과 본의 사례를 근거로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을 이같이 보고했으나 위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민간위원은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정책 품질의 저하, 국가경쟁력에의 악영향 등 파급 효과가 반영되지 않아 행정 비효율이 지나치게 적게 계산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시 원안 수정에 반대하는 위원들은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문제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저하에 따른 비효율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민간위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산출 과정의 문제점도 많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민관합동위는 7일 열리는 4차 회의에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초안을 보고받는다. 정부는 수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한국경제학회 등 전문기관의 세미나와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행정연구원 등 3개 연구기관 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수렴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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