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사퇴 류우익 주중대사 내정자
“李대통령 특별 당부 사항… 부임 전에는 밝힐 수 없어”
8일 이장무 서울대 총장을 만나 지리학과 교수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뒤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류우익 주중 대사 내정자. 김미옥 기자
류우익 주중국 대사 내정자(59)는 8일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로서 ‘마지막 수업’을 했다. 이어 오전 11시 40분경 이장무 총장실을 찾아 30년간 봉직해온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힌 그는 기자와 만나 “아카데미즘의 권위를 위해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주중국 대사는 나의 마지막 잡(일)이라고 생각하고 진력할 것이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그에 대해 벌써부터 ‘실세 대사’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부임에 앞서 2012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방한(16∼19일)을 영예수행할 예정이다. 그는 “대통령께서 배려하신 거고 외교 관례에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초부터 주중 대사설이 나돌긴 했지만 지난달 13일 내정 사실이 발표되자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는 “지리와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니까 중국이 생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외교관이 아니고 전문가라고 할 수 없지만 국제기구에서 활동했던 경험, 그리고 지리학자로서 연구해 왔던 경험, 대통령정책자문이나 대통령실장 등으로 활동했던 경험들을 총동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이 특별히 챙기라고 당부한 게 있지만 부임 전에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정학(地政學)을 전공한 그는 ‘반도성(半島性)’을 거듭 역설했다. “한반도는 대륙과 바다의 연결 접점에 있기 때문에 해양으로 나가야 하고 잃었던 대륙을 회복해야 한다. 분단으로 대륙과의 관계가 없어졌는데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 제가 중국에 가면 조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대륙에서 보면 한반도가 잘 보이지 않을까. 바다도 잘 보일 것이고….”
류 내정자는 한미, 한중 관계에 대해 “과거처럼 단선적으로 어디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는 식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며 “현 정부 초기에 대미 외교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때는 대미 외교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바빴다. 미국이 더 중요하고 중국이 덜 중요하고 그런 시각은 아니었다. 대미 외교와 대일 외교가 대체로 안정을 찾은 시점에서는 대중 외교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류 내정자는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취임 4개월 만에 대통령실장 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28일 부임한다.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 직은 내년 7월 임기 만료 때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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