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급속 확산… 李대통령 “도울 방안 모색” 지시
“北 고위층용 타미플루 다량 반입… 주민들은 구경도 못해”
이명박 대통령은 8일 “북한에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해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조건 없이 치료제를 지원해 주는 것이 좋겠다. 북한의 여건이 좋지 않아 급속하게 확산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긴급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통일부는 “유관 부처와 협의해 이 대통령이 지시한 취지에 맞게 가급적 빨리 지원이 이뤄지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치료약품 지원 방안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지원이 이뤄지려면 북측과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북 전통문 발송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현재까지 북한에 신종 플루 환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9월 이후 신종 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9월 중국 접경지역에서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했고 10월에는 함북 지역에서 감기 증세를 보이던 어린이가 폐렴으로 사망했다. 11월에는 평북 신의주 지역에서 중학생 수십 명이 집단 발병해 격리 치료를 받았다. 이달에는 평양 시내 소학교(초등학교)에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평양 북쪽의 평성 지역은 출입이 통제돼 출입증 소지자만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에 신종 인플루엔자A 환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올해 5월 초. 남미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관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북한 당국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격리 치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북한은 세관과 공항 등에서 방역활동을 강화했지만 신종 플루의 유입과 확산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7일 각급 학교가 예정보다 1개월가량 이른 이달 초부터 방학에 들어갔고 사망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 내 신종 플루 발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신종 플루 예방을 독려하고 있지만 주민 대다수가 이 병의 정확한 증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사 환자가 발생해도 낙후된 의료기관들이 감염 여부를 가려내기 힘든 상태라고 한다. 최근 북한에서 빠져나온 의사 출신 탈북자는 “8월에 여름 독감이 유행했지만 그게 신종 플루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위에서 방역 지시를 내려도 하급 의료시설에서는 특별히 조치할 수단도 없고 사망자가 나와도 신종 플루에 의한 사망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도 WHO 등을 통해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확보했지만 권력을 가진 지도층만 사용할 수 있어 일반 주민들은 구경도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유럽 지역 주재원들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위 간부용으로 추정되는 신종 플루 백신과 치료제를 다량으로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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