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1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 결과를 전하며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과 관련해 일련의 공동인식이 이룩됐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실무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통해 쌍방은 호상(상호) 이해를 깊이 했으며 서로의 견해차를 좁히고 공통점들도 찾았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가 10일 방북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6자회담의 필요성과 역할,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 “실무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했다”고 밝힌 내용과 한두 단어를 제외하곤 거의 똑같다. 이는 북-미 양측이 사전에 발표 내용을 조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10일(현지 시간) 국무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이번 방북 목적이 협상이 아닌 ‘탐색적 대화’였다는 점”이라며 “예비대화로서는 꽤 긍정적(quite positive)이었다”고 평가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차관보도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첫 북-미 대화에 일단 미국과 북한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양측의 발표에서는 극명한 차이점도 드러났다.
북한은 “조미(북-미) 쌍방은 남아있는 차이점들을 마저 좁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보즈워스 대표는 전날 ‘북측과 추가 북-미 회담을 가질 것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없다(No)”고 답했다. 그 대신 그는 “앞으로 며칠 동안 6자회담 당사국들에 방문 결과를 알리고 자문할 것”이라며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또 비핵화가 먼저냐, 아니면 평화협정이 먼저냐는 문제에 대해서도 차이점이 보인다.
북한은 “쌍방은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 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협조, 조선반도 비핵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평화협정 문제를 앞세웠다. 반면 보즈워스 대표는 “북측과 9·19공동성명의 모든 요소를 논의했다”며 “비핵화뿐 아니라 평화체제, 6자회담 당사국 간의 관계 정상화, 경제적인 지원 등”이라고 비핵화에 무게를 실었다. 북-미 양측이 거론한 것들은 같지만 각각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앞세움으로써 분명한 인식 차를 드러낸 셈이다.
이 같은 북-미의 인식 차에 대해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지금처럼 미국 등의 정책 우선순위와 앞뒤 순서가 다른 주장을 계속한다면 핵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