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제재는 별개”… 美, 北의 숨통 조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北-美접촉 직후 泰공항서 北무기 실은 수송기 억류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북-미 접촉을 마치고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인 11일 북한 무기를 싣고 평양을 떠난 수송기가 태국에 억류됐다. 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알려준 정보로 수송기를 검색한 뒤 박스12개에 실린 35t 규모의 각종 무기를 압수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마무리하기 전에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그랜드 바겐의 ‘이중접근법(two track approach)’이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미국 정보 제공으로 수송기 억류”

빠니딴 와따나야꼰 태국 정부 부대변인은 13일 “북한을 떠난 수송기가 재급유를 위해 돈므앙 공항 착륙을 요청했다”며 “수송기가 공항에 착륙한 뒤 검사과정에서 지대공미사일 부품, 견착식 미사일, 로켓추진총유탄(RPG) 등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이어 그는 “태국 당국은 압수한 무기를 중부 나콘사완 주 타크리 공군기지로 옮겼다”며 “조종사를 포함한 승무원 5명을 억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억류된 수송기 ‘일류신 76’은 그루지야 국적으로 등록코드가 ‘4L-AWA’이다. 또 승무원 5명 가운데 4명은 카자흐스탄, 1명은 벨라루스 출신이라고 방콕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북한 무기의 압류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근거로 한 미국의 정보 제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태국 공군관리는 “미국 측이 수상한 비행기의 화물을 검사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다. 그러나 방콕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체포된 벨라루스인 미하일 페투코 씨는 6시간에 걸친 태국 경찰 범죄단속국의 조사 과정에서 선적된 화물의 최종 목적지가 우크라이나라고 진술했다고 태국통신(TNA)이 보도했다. 그는 수송기가 우크라이나를 떠나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 태국 등 세 곳에서 재급유를 받은 뒤 평양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미사일-로켓탄… 박스 12개 35t
北, ‘선박 운송’ 막히자 항공기로


北, 美특사 불러 대화하며 뒤로는 대규모 무기수출
美 화물검사 요청에 泰억류 “최종목적지는 우크라이나”


태국통신(TNA)은 평양을 떠난 수송기가 태국 또는 스리랑카에서 재급유를 받은 뒤 우크라이나에 화물을 전달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태국 안보담당인 수텝 타욱수반 부총리는 “억류된 조종사들은 당초 원유 시추용 장비를 운반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무기가 다량으로 발견됐다”며 “이번 사건에 이해관계자가 많아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무기 수출의 수송수단으로 선박이 아닌 비행기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로 외화벌이가 어려워진 북한이 무기 수송수단을 다각화하는 것 같다”며 “북한은 아직은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여전히 외화벌이를 위해 무기거래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이중접근법, 6자회담 재개 징검다리”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에 이어 터진 북한 무기 억류 사건에서 북한의 복잡한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대화를 하자고 미국 특사를 초청하면서도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지속하는 북한의 진심이 무엇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안은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5자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대화는 대화대로, 압력은 압력대로 병행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화를 제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포기하는 ‘타협’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 측은 최근 방북했던 보즈워스 대표에게 유엔의 대북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무기 압수와 같은 제재는 북한이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이를 배려할 필요도 없다는 게 한미 양국의 판단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인 그랜드 바겐이 과거의 포괄적 대북정책과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부분도 이처럼 대화를 하면서도 대북 압력을 꾸준하게 지속한다는 점이다.

수송기까지 동원한 이번 무기 수출이 막힌 데 대해 북한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기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은 대부분 군이 관리하는 제2경제위원회로 들어가 대량살상무기(WMD) 제조로 이어진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할수록 고통이 더 커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당장 북한을 6자회담 무대로 이끌어 낼지는 분명치 않지만 대북 제재의 장기화로 고통이 커지면 6자회담 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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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09-12-14 06:17:20

    미국과 대화하자고 미국 대표 평양으로 불러 쌩쑞짓하고 뒤로 미사일 수출하는 악질 김정일입니다. 김정일 추종자들이 많은 한국입니다. 김정일 추종 단체인 민노총 전교조 반드시 해체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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