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자신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련 법안들을 슬그머니 합의 처리하려는 데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꼬리를 내리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유독 정치관계법 개정에는 적극적인 정치권에 대해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만 초당적으로 야합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후원금 모금 허용, 지구당 부활 등 주요 추진 과제들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한 핵심 여당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기업 정치후원금 모금을 허용하고 당원협의회도 지구당 형태로 기능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이 과제들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도 “일부 의원이 개인적으로 한두 차례 의견을 내기는 했지만 특위 차원에서 정식으로 다루지는 않았다”고 발을 뺐다. 특히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서갑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자금법과 관련해 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여야 야합설’을 강력히 부인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업 후원금을 모금하고 지구당을 부활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신중하게 논의해볼 필요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치관계법을 놓고 여야가 ‘은밀한 거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각 당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여야 원내 지도부도 현 시점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에 민감한 내용들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정치관계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국회가 비난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낯 뜨거운 측면이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도 “깨끗한 정치문화를 만들자고 어렵게 만든 법을 다시 돌려놓으려고 하면 국민이 쉽게 납득하겠느냐”며 “법인의 정치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더라도 상한 금액을 엄격하게 묶어놓아야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위는 현재 연 2회 실시되는 재·보궐선거를 연 1회로 축소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밝혔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재·보선을 1년에 2회 치르는 데 따른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축소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특위 위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야당이 당 차원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 아직 여야 합의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위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18일까지 특위 차원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마무리하고 나머지 사안은 원내지도부 간 협상을 통해 정리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문제를 합의해서 내년 지방선거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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