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 제안… 민주 “수용”
靑, 4대강 예산 의제될까 부담
“사전조율 없어… 신중히 검토”
4대강 사업과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3자 회담’이 추진되고 있어 정국전환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정 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어제(15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여야 정당 대표회담을 제의했다.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정국을 해소하는 모임을 가질 것을 다시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 장소는 꼭 청와대가 아니어도 좋고, 얼마 전 (이 대통령이) 욕쟁이 할머니를 찾았듯이 바깥에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의 ‘3자 회담’ 제안은 즉각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여당 대표의 공개 제안인 만큼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여야 대치 국면에 숨통을 틔우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일단 정 대표의 제안을 수용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대통령에게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국민의 우려를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정 대표의 제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당의 요구를 관철하면 최선이겠지만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해도 투쟁 명분은 그만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3자 회담 제안 직전에 청와대 측에 회담 제안 방침을 알리며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3자 회담의 의제, 향후 전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긴밀하게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참모는 “사전조율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당 대표가 내놓은 제안인 만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여야가 의제 문제에 먼저 합의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신중 모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정무라인의 고위 관계자와 정 대표 측은 16일 밤 3자 회담 문제를 놓고 ‘사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고 언제든 환영한다”며 “그러나 의제 등에 대한 여야 간 협의 결과를 보고 참석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의제’란 4대강 예산을 말한다. 청와대 안팎에선 4대강 예산 등이 의제로 채택되면 이 대통령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회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직접 관여할 사안이 아닌 데다 어렵사리 대표 회담까지 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담 성사 여부는 유동적이다. 이 대통령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을 위해 17일 출국해 19일 귀국하는 만큼 그 기간에 여야가 의제 문제를 놓고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접점이 찾아질 경우 회담 시기는 다음 주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의제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회담 성사 전망은 밝지 않다. 여권의 한 인사는 “민주당이 3자 회담을 예산투쟁의 일환으로 이용할 경우 한나라당에서 3자 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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