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7일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애당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이 앞서 수도를 통째로 옮기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한 게 발단이었다”며 “본인 말대로 재미 좀 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 책임성 있게 수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YS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4·19, 6·3세대 인사들의 모임인 ‘보고 싶은 사람들’ 송년 오찬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도 승복하지 않고 정부를 반으로 쪼개는 기형적인 괴물을 여야가 한통속이 돼 정략의 산물로 만들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묵은 감정과 당리당략을 모두 털어버리고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YS는 또 “이 나라는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이념과 정파, 지역으로 분열돼 소모적인 분쟁으로 국력을 탕진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국제사회 전체를 적으로 만들고 고립을 자초하는 구제불능의 집단”이라며 “북한에 언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YS는 참석자들에게 “세종시 문제의 원만한 해결, 북한 급변사태 대비에 동지 여러분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할 때 국민에게 받은 큰 사랑과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올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화합의 물꼬를 튼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이 대거 모였다. 올해로 4번째인 이 행사에 YS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동교동계에선 김상현, 정대철, 한광옥 전 의원 등이, 상도동계에서는 박관용, 최형우, 박종웅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희룡 의원과 민주당 원혜영, 조정식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YS는 이날 저녁 여의도 63빌딩에서 이윤성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장광근 사무총장 등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를 오래했지만 야당이 점거를 해 예산 처리를 못하는 이런 국회는 처음 봤다. 과거 예산 처리가 해를 넘긴 적이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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