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적게 받은 원주민, 고용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 李대통령 대전충남 간담회

“충청은 국가관 강한 지역, 무엇이 옳은지 판단해달라”
참석자 “민심 상했다” 호소… 공주시장 - 연기군수는 불참

“세종시 대안 마련, 총리 아닌 내 책임”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대전 충남지역 인사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세종시 원안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대안을 만드는 것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총리가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총리는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이 문제를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세종시 대안 마련, 총리 아닌 내 책임”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대전 충남지역 인사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세종시 원안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대안을 만드는 것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총리가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총리는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이 문제를 대통령이 책임지고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세종시 수정 논란의 진원지인 대전을 찾았다.

대전 충남 지역의 유력 인사 40여 명을 만나 충청인의 국가관에 호소하며 직접 민심 다독이기에 나선 것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간담회는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세종시 예정지의 기초단체장인 유한식 연기군수와 이준원 공주시장은 초청을 받았지만 불참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강태봉 충남도의회의장이 먼저 “충청인의 자긍심과 민심이 매우 상해 있다. 급기야 도지사의 사퇴가 있었고 200만 도민의 도의원까지 동요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청인의 염원과 민의를 살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에 있는 원안대로 추진해 충남도민과 국민의 마음을 추스려주기 바란다”며 수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통령은 “저는 정치로 출발한 사람이 아니다. 대학을 다닐 때는 운동권 학생 중 한 사람이었지만 사실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다”며 말을 꺼냈다. 또 “지역적 편견이 없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충청권이든 정말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주민들을 위해 뭔가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눠먹기식이 아니고 잘하는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도의회 의장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로 뽑힌 분들이 다 그렇게 (반대)하는데 의장도 오늘 발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좌중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부 선출직 공직자들이 세종시를 선거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는 점을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들렸다. 이 대통령은 “나도 대선 때까지 정치적으로 발언했다. 그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끄럽더라. 이렇게 말해도 되나 생각했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런 뒤 “충청도는 국가관이 (특별히) 있는 지역이라고 보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헌신하신 분들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으냐. 거기에 대한 도민들의 자긍심도 대단하다”며 이 지역의 민심을 다독였다. 또 “(세종시) 대안을 만드는 것은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총리가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총리는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다”며 자신이 최종 책임을 지고 세종시 수정안을 챙길 테니 수정안이 나오면 그때 충청도와 국가를 위해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참석자 중 11명이 돌아가며 발언을 했다. “충청도 사람들은 명분이 없으면 눈앞에 실리가 있어도 선택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대통령께서 어떻게 명분을 세워주실지 고민해 달라”(홍성표 대전사랑협의회장) “행정부처 이전을 믿고 투자한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기를 바라고 있다”(송인섭 대전상공회의소장) 등의 제언이 있었다.

이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메모하며 경청한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세종시 수정은) 나에게는 정치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경쟁력 때문에 추진하는 일이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정치인들이 세종시 공약을 했지만) 처음으로 비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며 세종시 수정 방침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안타까운 것은 특별히 보상을 적게 받은 분들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대안이 마련되면 그분들과 자녀들의 일자리를 포함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가 진행될 것이다”며 영세 원주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세종시 건설에 따른 토지 수용으로 소규모 보상금을 받고 삶의 터전을 잃은 영세 원주민들에게 입주 기업 고용 혜택 등을 부여하고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문제 등을 신중히 논의 중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내년 1월 11일경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세종시를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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