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금년 내에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을 희망하지만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준(準)예산 집행 등 관련 대책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4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회복기에, 특히 서민생활이 여전히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내년 예산이 연말까지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거기서 준예산 집행 지침 등 관련 계획을 심의하고 의결하여 부처별로 즉시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또 “준예산만으로 정상적인 국가기능을 수행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며 “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안별 문제들도 다 살피고 각각의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준예산으로는 법률상 지출의무가 없는 정책사업은 추진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면서 “계속사업 외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준예산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공무원에게는 봉급을 지급할 수 있지만 훈령으로 설치된 기관의 공무원들에겐 지급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 “누구에겐 봉급이 지급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지급이 안 된다면 그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 집행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과의 고통분담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준예산으로 갈 경우 공무원 봉급 지급도 전체적으로 유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준예산 집행을 천명한 것은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당부하는 한편 국회의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준예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12월 31일까지 의결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정부에 예산집행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1960년 개헌 때 내각책임제하에서의 국회 해산 상황에 대비해 도입됐으나 실제 편성된 적은 없다. 준예산 사용처는 헌법 또는 법률에 따른 기관 및 시설의 유지와 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계속비 사업)으로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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