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준예산 집행 준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예산안 국회통과 안되면 1월1일 비상각의… 공무원 봉급 지급 유보할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금년 내에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을 희망하지만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준(準)예산 집행 등 관련 대책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제4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 회복기에, 특히 서민생활이 여전히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내년 예산이 연말까지 통과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거기서 준예산 집행 지침 등 관련 계획을 심의하고 의결하여 부처별로 즉시 집행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또 “준예산만으로 정상적인 국가기능을 수행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며 “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안별 문제들도 다 살피고 각각의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준예산으로는 법률상 지출의무가 없는 정책사업은 추진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면서 “계속사업 외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도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준예산 집행 시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공무원에게는 봉급을 지급할 수 있지만 훈령으로 설치된 기관의 공무원들에겐 지급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듣고 “누구에겐 봉급이 지급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지급이 안 된다면 그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예산 집행이 안 돼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과의 고통분담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준예산으로 갈 경우 공무원 봉급 지급도 전체적으로 유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준예산 집행을 천명한 것은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당부하는 한편 국회의 조속한 예산안 처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준예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12월 31일까지 의결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정부에 예산집행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1960년 개헌 때 내각책임제하에서의 국회 해산 상황에 대비해 도입됐으나 실제 편성된 적은 없다. 준예산 사용처는 헌법 또는 법률에 따른 기관 및 시설의 유지와 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계속비 사업)으로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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