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논리모순에 빠진 野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 민주당 수정안 뜯어보니

“상환율-손실률 낮춰라” 상환조건 완화하면 손실 급증
“최장 25년까지만 상환” 연체자 늘어 재정악화 불보듯
“등록금 상한제 실시를” 대출법안에 엉뚱한 조항 요구

‘취업 후 대학 학자금 상환제(ICL)’ 실시에 필요한 법안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상정조차 안 되고 있다. 교과위는 24일 여야 간사 회동에서 ‘교과위에 계류된 법안과 예산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의견을 모았지만 ICL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이종걸 위원장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의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대해 9일 대폭 수정을 요구했다. 수정안의 요지는 △상환 기준 소득을 올리고 상환율을 낮출 것 △최장 25년까지만 상환하도록 할 것 △손실률을 낮춰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 것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할 것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유지할 것 등이다.

하지만 상환 기준 소득을 올리고 상환율을 낮추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구상한 상환 조건은 취업 후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정도의 소득이 생기면 그때부터 기준소득 초과분의 20%를 상환토록 하는 것. 상환 조건을 낮추면서 동시에 손실률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환 의무 기한을 최장 25년까지로 할 경우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이들이 생겨 다음 정부의 부담이 기하급수로 커지게 된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ICL을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 가운데 최장 25년 조항을 둔 곳은 미국뿐이다.

등록금 상한제를 함께 실시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론이 많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이 이미 등록금 상한제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교과위는 법안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교과부는 등록금 인상률이 높은 대학에 대해서는 학자금 대출 한도를 줄여 불이익을 주는 제도적 장치를 준비해 뒀다.

야당의 주장 가운데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은 유지해야 한다는 대목은 여당과 교과부도 동의하고 있지만 역시 재정이 걸림돌이다. ICL의 기본 취지는 ‘현재 부모의 재정 상태’가 아닌 ‘취업 후 본인의 재정 상태’를 평가하는 것인데 현재 저소득층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상 지원을 하려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대출금 회수를 위한 장치가 정교하지 않아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ICL 법제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대출금 회수율을 90%로 잡아 예산을 책정했지만 대졸자의 취업률, 즉 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을 파악할 장치가 부실한 것도 회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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