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010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이후 여야는 법률적 논란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3차례 열어 국회운영이 위법적으로 진행됐다며 예산안 처리의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은 억지”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실도 야당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 민주당 “절차적 정당성 인정 못한다”
민주당은 먼저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법인세법 등 새해 예산처리에 필수적인 이른바 ‘예산 부수법안’이 예산안보다 나중에 처리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세율 세금항목 등 세금을 거두는 데 필요한 법 조항이 먼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세출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국회법 조항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예산안 연내 처리라는 큰 과제를 위해 법안과 예산안 처리 순서를 정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이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기습 처리하면서 회의 장소를 ‘통상의 예결위장’이 아닌 제3의 장소를 사용한 것도 법 위반 논란을 불렀다. 국회법은 “의장은 표결 및 표결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국회법에 회의장 변경을 금지한 것은 없다. 미리 법적인 자문을 했다”며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장 변경을 구두로 통보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 김 의장, “문제없지만 최대한 조심”
민주당은 또 김 의장이 법사위에 ‘오후 1시 반까지 법률안 9건의 심사를 종료해 달라’고 낸 심사(종료)기일 지정서가 상임위 산회(散會) 후에 도착했다는 점에서 “법안 9건이 오늘 본회의장을 통과한 것은 잘못이다. (2010년) 1월 1일 이후라야 처리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직권상정하려면 ‘상임위가 처리 못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지정된 심사기일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확인될 때라야 직권상정 요건이 갖춰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날 지정서는 법사위에 오전 10시 15분에 도착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이에 앞서 오전 10시 9분에 종료된 상태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일단 산회한 상임위는 그날 다시 못 연다는 ‘1일 1회의’의 원칙에 따라 이 법안이 31일 처리되면 불법”이라는 주장을 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원들에게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필요한 비상조치”라며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의장은 이날 심사기일을 요청했던 예산부수법안 9건에 대한 민주당의 문제제기는 무시했지만 나름대로 국회법 위반 시비를 피하려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심사기일을 1일 0시 30분으로 지정한 뒤 새벽에 나머지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일 1회의’ 원칙을 존중하려고 애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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