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풀어보는 새해정국]<1>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계파를 넘어”… 독배를 축배로
“선거법 바꿔 상향 공천 고질적 병폐 뿌리 뽑을것”
지방선거 - 全大승부수

한나라당은 5일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청와대에 들어가 이명박 대통령과 신년 모임을 가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정몽준 대표가 직접 내린 결정이었다. 예산안과 노동관계법 개정안 처리로 여야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로 몰려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무던한’ 정 대표가 ‘민감한’ 당청 간 일정에 손을 댄 것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 대표는 새해 첫날부터 숨 가쁜 행보를 하고 있다. 1일 새벽 국회에서 예산, 법안 전쟁이 끝난 후 소속 의원들과 감자탕에 소주를 마시며 뒤풀이를 했다. 곧이어 오전 일찍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당 단배식 참석 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손님을 맞았다. 이날 정 대표가 눈을 붙인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다음 날부터 부산, 인천 등 지방을 다녔다.

10분 단위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정 대표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엿보인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정 대표 측의 전여옥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올해는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정 대표의 각오가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도 2년여밖에 안 된 정 대표가 당 대표로 지낸 지난 120여 일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으로 꽉 짜인 당내 구도에서 정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 당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올해도 정 대표가 넘어야 할 정치 일정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 2일에 실시될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에 쉽지 않은 게임이다. 당장 당내에서 조기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제기되고 있으며 6월 말이나 8월경 열릴 전당대회는 그의 당 대표 리더십을 재평가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올해 개헌과 공천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개혁’에 집중할 태세다. 정 대표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당은 있지만 국회는 없고, 정당 안에는 계파만 있다. 이런 오랜 병폐를 방치해서 되겠느냐”며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선거법을 개정해서 주민 당원들에게 후보 결정권을 주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천제도 개혁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계파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또 “(개헌 등을 위해) 야당 의원들도 부지런히 만나서 국가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겠다”고 말해 정치개혁을 위한 ‘광폭 정치’를 할 뜻도 내비쳤다.

6월 지방선거 전망에 대해선 “지방선거는 여당이 불리하다고 하는데 지난해 4월과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이 조금만 더 합심했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단합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 정몽준식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우회적 메시지였다.

전여옥 위원장은 “불리한 여건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독배를 마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를 축배로 생각하고 기꺼이 마시겠다는 것이 대표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꿈’은 2012년 대선과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인위적으로 지지율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어려운 일을 일관되게 인내심을 갖고 해내면 되지 않겠느냐(지지율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6선의 중진이면서도 아직 정치적 리더십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정 대표가 올해 차기 대선주자로 분명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까. 그의 도전이 주목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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