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갑옷 벗어본 적 없다”
“6·2지방선거 내겐 큰 의미, 虎視牛行… 반드시 승리”
추미애 징계-정동영 복당 등 내부불만 진화 최우선 과제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새해 화두(話頭)는 지방선거다. 정 대표는 6일 여의도 당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올해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과 전략으로 승리할 것인지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제 임기(2년·7월 6일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6·2 지방선거는 제 임기 중 가장 큰 의미를 지닌 정치 일정”이라며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2012년 대선과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도전하는 입장이어서 승부가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힘과 노력을 결집해 반드시, 기어코 승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게 지난해는 끊임없는 도전과 시험의 연속이었다. “전쟁터에서 창을 베고 아침을 기다리는 장수처럼 1년 내내 마음속의 갑옷을 벗어본 적이 없다. 아주 징글징글하다”는 정 대표의 회상처럼 입법 전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대여 공세, 한나라당의 미디어관계법 강행 처리와 이에 반발한 의원직 사퇴서 제출 등 거대 여당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이 무색해질 정도로 정 대표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쁜 일’도 있었다. 4월과 10월 두 번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을 꺾었고, 민주당의 최장수 대표(지난해 12월 기준 재임 1년 6개월·과거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8개월 6일) 기록도 갈아치웠다.
올해는 정 대표가 맞닥뜨릴 도전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대여투쟁이란 명분아래 잠복해 있던 내부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내에는 지난해 예산안 등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녔다는 비판과 불만이 적지 않다. 당내 비주류 초·재선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4일 민주당의 현 노선과 지도체제를 비판하는 성격의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가 노동관계법 처리의 ‘주역’인 추미애 의원(환경노동위원장)을 징계한다는 방침을 서둘러 정한 데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만만치 않다.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할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추 위원장 징계는 내부 분열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당내 일각에선 정 의원을 더 방치하다가는 당의 근거지인 호남 분열로 이어져,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경쟁하기에 앞서 ‘안방’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 여러 상황,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시점으로 미뤄볼 때 조기전당대회 개최 요구가 터져 나올 개연성도 적지 않다.
정 대표는 기자에게 “조기전대론은 설득력이 없다. 나는 대표직 임기 만료일까지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앞을 보고 황소처럼 뚜벅뚜벅 간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 복당과 관련해서는 “지방선거는 민주당 안팎의 모든 세력이 민주당에 합류해 치러내야 한다”면서도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그는 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내 현안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할 예정이다.
정 대표 주변에선 그가 6월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경우 당권에 재도전할 것이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순조롭게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 대표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며 지방선거 승리에 매진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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