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2010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야당 의원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 주먹쥐고 기다려요 야당의원들 몰려와요 날아오를지도 몰라요 다리를 잡아야해요
[야] 또 밀어붙인대요 놀부심보가 따로 없어요 막 따졌더니 억울하면 선거에서 이기래요
○ 본회의장 예산안 통과(2009년 12월 31일∼2010년 1월 1일)
▽한나라당 의원들
예결위 통과 직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청에서 한나라당 소속 예산결산특위 의원들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245호실로 몰려가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의총을 시작으로 본회의장 이동까지 강행군이에요. 예산안 통과될 때까지 나갈 생각 말래요. 원내부대표들이 사천왕상처럼 문 옆을 지키고 있어요. 오늘만큼은 ‘웰빙정당’의 꼬리표를 떼야지 주먹을 불끈 쥐어보아요. 야당 의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요. 강기갑과 강기정은 다리를 붙잡아야 해요. 마법사와 스파이더맨 콤비예요. 언제 공중부양 신공을 선보일지 몰라요.”
한나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농성중인 민노당 강기갑 대표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몇 시간째 앉아있으니까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어요. 하지만 2층에 방송사 카메라들이 촬영 중이라 딴짓을 할 수 없어요. 민노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서 5시간째 서 있어요. 연체동물도 아니고 어떻게 저런 자세로 저렇게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가만 보니 다른 의원들은 삼삼오오 이야기 중이네요. 나만 혼자 앉아 있으려니 기자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요. 왕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휴대전화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누군가와 연락 중인 척해요.”
“민주당은 대표가 대기업 임원 출신인데도 ‘장사’를 잘 못해요. 본전이라도 건질 생각은 안 하고 4대강 반대에 ‘올인(All in)’만 외쳐요. 자기가 이병헌인 줄 아나 봐요. ‘4대강 예산’은 대폭 할인을 준비했는데 다 필요없대요. 고마울 따름이에요. 울트라캡숑나이스짱이에요. 드디어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한다고 해요. ‘올레’라고 말하고 춤이라도 추고 싶지만 꾹 참아요. 내일 아침에는 집에서 떡국을 먹을 수 있게 됐어요. 잇힝∼.”
▽민주당 의원들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하기 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김성조 정책위의장, 장광근 사무총장,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나라당이 또 밀어붙인대요. 본회의장을 점거했대요. 있는 놈들이 더 해요. 뭐 이런 놀부 곱하기 스크루지 심보가 있나 몰라요.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억울하면 선거에서 이기래요. 왜 국회의원들은 여당 의원만 되면 밥맛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들을 못해요. 나도 여당 두 번 해봤지만 수준이 달랐어요. 요즘 여당은 정말 버릇이 없어요. 자리에 앉아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니 우리를 보며 키득키득 웃고 떠들고 초등학생 소풍 분위기예요. 원래 수준이 낮아서 어쩔 수 없어요. 문득 3년 전 여당일 때가 생각나 순간 눈물이 울컥 나요.”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중인 민노당 이정희 의원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로 데려와 휴식을 취하게 하고 있다. 뉴시스 “의장석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 그동안 무리를 해서인지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가려 해요. 그러는 순간에도 우리 지역구 예산이 잘 들어갔는지 신경 쓰여요. 이러다가 지역 예산안 빠져버리면 지역에서 욕을 주야장천 9박 11일로 들어도 모자랄 텐데 큰일이에요.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욕심에서 나온 나라 망칠 일이 분명해요. 내 몸 던져 막겠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울렁대요.”
“일부에서는 강경하다지만 나도 지쳐요. 농성하고 몸으로 막다가 들어온 고소 고발장을 합쳐 폐지로 팔면 서울 근교에 집 한 채 살 것 같아요. ‘몸’ 말고 다른 방법 있으면 족집게 과외라도 받고 싶어요. ‘백봉신사상’ 한 번 받는 게 소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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