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 문제는 커다란 정치적 시험대다. 세종시 문제의 향배가 그에겐 도약의 기회이자 추락의 함정이 될 수 있다.
정 총리는 지난해 9월 총리에 지명되자마자 민감한 세종시 문제에 뛰어들어 이목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정부에 쓴소리를 자주 하던 진보학자 정도로 분류됐지만 세종시 문제를 꺼내면서 취임 이후 100일이 넘도록 정국을 뒤흔든 최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총리가 이 같은 주목을 받은 것은 역대 총리 중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 총장 4년을 빼면 별다른 행정 경험이 없는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면 정치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충청권이 수정안을 수용해 줄 경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적인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그는 인적 네트워크는 풍부하지만 정치적 자산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부의 책임이 모두 정 총리에게 돌아간다. 벌써부터 야당은 물론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정 총리는 충청지역 방문 때 ‘매향노’라는 비난을 받았고 그가 탄 차량에는 계란이 쏟아지기도 했다. 따라서 정 총리는 우선 충청 민심 설득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11일 대전지역 방송사들의 공동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충청지역 주민들에게 수정안을 직접 설명한 데 이어 이번 주말에 충청권을 다시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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