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표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옥동자’가 될지 안 될지는 설 연휴(2월 13∼15일) 이후에야 어느 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선(先)여론 수렴, 후(後)입법 처리’의 순서에 따라 충청 여론을 반전시키고 전국적으로 수정 찬성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수정안에 반대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8일 정몽준 대표에게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라”고 당부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세종시는 순수한 정책사안으로 정치 현안과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 수정안 관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정면돌파 기류는 정부와 청와대 참모진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대전 충남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충북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대구 경북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경기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 각 부처 장관을 광역자치단체별 책임자로 정한 것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여론의 흐름을 보아가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르면 14일경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이나 다른 공식행사를 통해 국민의 협조를 구하고, 이달에 세종시 예정지를 직접 방문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에는 전국 시도지사를 초청해 타 지역의 역차별은 없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한때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정치권과의 협상 과정에서 몇 개 부처 이전이 포함되는 중재안이 도출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게 나돌았으나 이 같은 ‘플랜B’ 혹은 ‘재수정’ 얘기는 적어도 청와대나 정부 주변에선 사라졌다.
이런 총력전의 근저에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민주당, 자유선진당의 반대 장벽을 넘을 다른 묘책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실행하려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과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개정하고 세종시설치법을 제정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석은 169석이지만 그 가운데 수정안에 반대하는 친박계가 52명이나 된다. 야당과 무소속, 친박계가 모두 표결에 나선다고 가정할 때 의결정족수(150석)를 넘기려면 친박계 및 친박연대 대다수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정부는 친박계 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설득을 병행할 예정이지만 박 전 대표가 ‘수정 불가’로 쐐기를 박은 상황에서 친박계에 대한 설득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은 만큼 여론의 반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정부와 청와대로선 총력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친이(친이명박)계 세력을 중심으로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2월 임시국회를 넘겨 4월 임시국회를 처리 시점으로 잡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엔 지방선거 변수가 있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공천 잡음이 불거질 수 있어 내분으로 인한 선거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이 “법 처리가 어려울 경우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을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복잡한 사정을 토로한 것이다. 아직 소수의견이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선 법안 처리를 서두르지 말고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나온다. 국익을 중시하는 정당임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정면 승부를 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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