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522호) 입구에는 ‘절전지훈(折箭之訓)’이라는 성어가 큰 글씨로 걸려 있다. ‘가는 화살도 여러 개 모이면 꺾기 힘들 듯 형제나 동료가 협력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한시라도 빨리 민주당에 복당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민주개혁세력’ 통합에 힘을 보태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문구다.
2007년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 의원은 지난해 4월 전북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와 공천 문제로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갈등을 빚다 민주당을 탈당했다. 탈당 기자회견 때 “다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리겠다”고 했던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연내 복당’을 공식 요구하려다 예산 전쟁이 가열되자 이를 유보해왔다.
정 의원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6·2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개혁세력이 대동(大同)해야 한다”고 복당 당위론을 폈다. 그는 “힘을 다 합쳐도 모자라는 판에 ‘내 편’ ‘네 편’을 나눠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입당하면 평당원이 되는 것이며, 지방선거 때 민주당을 위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지 공천 과정에서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12일 복당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4월 재·보선 과정에서 당과 마찰을 빚은 것을 공식 사과하고 지방선거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복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 대표에게 ‘지방선거 불개입’을 공개 약속하면서 ‘즉각 복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정 의원의 복당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 당규에 따라 일을 처리할 것”이라며 원칙적 대응을 재확인했다. 당헌 당규에는 ‘선거로 인한 탈당자는 탈당 1년 이내에 복당 신청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고, 특별 복당 여부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친노(친노무현)계 안희정 최고위원은 “해당(害黨) 행위자와 타협은 없다”고 복당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역학 구도를 들어 정 대표가 정 의원의 조기 복당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 대표 주변에는 친노계와 386 인사들이 포진해있고 정 의원은 비주류, 비노(非盧·비노무현) 진영과 가깝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계파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 의원의 조기 복당은 손학규 전 대표의 조기 복귀, 나아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로 이어질 개연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주도권을 다시 잡으려고 7월 직접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 의원은 “올해는 지방선거 승리와 국민이 기댈 수 있는 대안세력의 대동(大同)을 위해서 힘을 규합하는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무엇을 꾀하기보다는 과거 집권여당 시절 국민을 등 돌리게 했던 과오를 반성해보는 참회록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여전히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대권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요즘엔 솔로 가수보다는 ‘소녀시대’ 같은 그룹이 뜨지 않느냐. 민주당에 (대선주자)그룹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지 않으냐”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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