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이날 통일부에 이런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지문은 ‘금강산관광과 개성지구관광이 1년 6개월이나 중단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6일과 27일 금강산에서 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며 북핵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밝힌 대로 대미,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 오후 판문점 채널을 통해 전통문을 접수했다”며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공식 태도를 밝힐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무급 회담이 필요한 만큼 북한에서 정식으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각각 2008년 7월과 12월 중단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8월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묘향산에서 만나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의 재개를 포함한 남북교류 5개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은 누가 먼저 당국 간 접촉을 제의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남북이 접촉을 갖더라도 관광을 재개하려면 두 가지 쟁점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신변안전보장 제도화 등 남측이 요구한 3대 조건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가 관건이다. 또 남측이 관광 대가를 과거처럼 달러가 아닌 현물 등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할 경우 북측이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보다 차원이 높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런 쟁점들이 의외로 빨리 해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의 실무접촉 제의도 남북이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제의는 북측의 갑작스러운 조치로 조율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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