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세종시 문제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넘겨 매듭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진영에서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13일 “빨리 입법예고해서 될 수 있으면 빨리 해결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적인 혼란이 온다”고 말한 내용과 결이 달라 보인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는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문제이며 결론을 내는 것은 6월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총리실은 서둘러 이 문제를 끝내고 싶어 하지만 청와대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여론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로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도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이 장기전의 가능성을 내비친 배경엔 지방선거 전에 세종시 문제를 결론 낼 경우 충청권에서 정부의 수정안을 ‘이익’ 관점에서 냉정하게 검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한다. 수정안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지방선거에서 평가받는 것이 지방선거 전 시한에 쫓겨 결론을 내는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논의가 길어지면 친박(친박근혜)계와 야당의 기운도 김이 빠질 것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의식해 법안 처리 시점을 정하는 것은 정략적이다. 정략적인 접근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자는 것인데 시점을 정략적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매듭짓자”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1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세종시 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정부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이른 시일 내에 제출하고, 국회는 2월 말 이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반대 의원이 60% 이상인 것 같고, 국회에서 부결이 확실시 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부결될 때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원안대로 가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삼성 롯데 한화 高大 등 세종시 투자 MOU 체결▼ 정부는 14일 삼성 롯데 한화 웅진 고려대 KAIST 등 세종시에 입주하기로 한 기업 및 대학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MOU 체결은 정부로서는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기업과 대학으로선 투자계획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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