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풀어보는 새해정국]<7>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당내 80% 온건파의 여론 따르는게 원칙”

“靑 세종시 강행 지방선거용… 수도권-충청 분리하려는 듯
추미애 의원 징계 불가피”

회의실 점거, 몸싸움, 강행처리 등으로 얼룩진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의 한 축을 맡아왔다. 이 원내대표는 12일 기자와 만나 열흘이 넘도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투쟁했던 지난해 말 예산 국회에 “민주당으로선 할 만큼 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잘 부각했고, 일반예산도 실리를 잃지 않았다”는 자평이다.

당내 전략가인 이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연말 국회상황을 내다볼 때 예결위의 정상운영은 어렵다고 봤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상임위에서 지역예산을 미리미리 챙기도록 했다. 그는 “내가 말은 안 했지만, (예산 챙기기를) 유도했다. 연초에 예산 문제로 별 반발이 없다는 게 그런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예산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본회의장 시위를 마친 뒤 한나라당 지도부와 웃으며 악수를 한 장면이 신문에 실려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그는 “쓴웃음이었다. 힘겨루기를 해 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손을 내밀기에 맞잡았다. ‘사진 찍히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그 순간 들기는 했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친노무현 386 그룹이 주축이 돼 정세균 대표를 보좌하는 당내 역학구도에서 비주류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말 내내 “여야 협상전략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동료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한 측근인사는 “(강경파에게) 일일이 공개하면 당내 저항이 커서 일을 그르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를 아끼는 이들은 “당내 강경파와 ‘절벽 같은’ 안상수 원내대표 사이에서 활동에 제약이 컸다”며 아쉬워한다.

그러나 정작 이 원내대표는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가 청와대 쪽을 두들겨(확인해) 봤는데, 4대강은 (안 원내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청와대 의지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함께 임기만료(올 5월)까지 일해야 할 협상파트너 비판에 동조하지 않았다.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외부 지적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단기적 승부보다는 큰 흐름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당내 ‘80% 여론’에 따랐으며 내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참모들은 민주당을 강경파 20%, 온건파 80% 구도로 설명한다. ‘80% 여론’이란 표현 자체가 강경파에 밀리지 않으려 애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에겐 ‘수줍음을 타며 속정이 깊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의 노동법 처리에 대해선 섭섭함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인터뷰 동안 30분 가까이를 할애하면서 징계불가피론을 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안 될 걸 알면서 추진하는) 청와대의 진의를 모르겠다”며 수도권과 충청권을 분리하는 지방선거용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에게는 공개연설 때 “…라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문장을 맺는 버릇이 있다. 서너 문장에 한 번꼴이다. 그는 “고치려고 할수록 내용이 흐트러진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 때는 “선거 때도 그럴 거냐. 원고를 써 와서 읽으시라”는 조언에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노력이 눈에 안 띈다고 주변에선 입을 모았다. 한 재선의원은 “당분간 전국 단위의 선거 출마계획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일러줬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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