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받겠다” 2시간뒤 급변사태계획 비난 성명北 또 강온전술… 정부 “위협적 언동 유감”
북한 국방위원회는 15일 오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변인 성명을 내고 최근 남한 정부가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정비했다는 일부 남한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및) 청와대를 포함하여 이 계획 작성을 주도하고 뒷받침하여 온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내기 위한 거족적인 보복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성명은 특히 “이 성전은 우리 혁명적 무장력을 포함해 북과 남, 해외에 있는 모든 동포들이 총동원되는 전 민족적이고 전면적인 정의의 투쟁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남조선 당국은 반공화국 죄행에 대해 온 민족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앞으로의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철저히 제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가 성명을 낸 것은 초유의 일로 이번 성명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북한의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는 오후 4시 장재언 위원장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전통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제의한 옥수수 1만 t을 받겠다고 알려왔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전날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한 데 이은 대남 유화공세였다.
이런 북한의 모순적인 행동은 특유의 대남 강온 양면전술이라는 분석에 일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옥수수 1만t은 지원하기로
한 당국자는 “한쪽으로는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6자회담 복귀를 앞두고 남한의 기선을 잡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전술이 아니겠느냐”며 “좀 더 지켜봐야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국방위 성명은 남한의 북한 급변사태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내부 단속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한 권력 핵심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나 내부 정책결정의 조율 실패를 노출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동당이 주도해온 남북관계 개선 정책에 군부가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는 13일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우리 군대는 북남관계 개선이 아무리 소중하고 절실하다 해도 우리 수뇌부의 절대적 권위와 사회주의 조국의 존엄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털끝만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 수뇌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올해 4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주권의 최고 국방지도기관’으로 격상된 국방위가 처음으로 성명을 낸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라며 “중국 등 주변국의 중재가 있을 때까지 남북관계가 단절 또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확인되지 않은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우리 측에 위협적인 언동을 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국방위 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옥수수 1만 t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남북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면 한 달쯤 후에 옥수수가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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