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8일 “정몽준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세종시) 원안 추진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말씀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생각이나 소신이 변했다면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냐”며 “(국회)의원 개인의 생각이면 모르겠지만 당 대표라서 문제다. 이렇게 해서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게 된 데 대해서는 책임지셔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당이 국민에게 선택받기도 전에 공약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당이 된다”며 정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의 전현직 대표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는 정 대표가 최근 미생지신(尾生之信·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애인을 빗속에서 기다리다 익사한 미생의 이야기로 고지식함을 빗대 표현한 것)이란 고사성어를 원용해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자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반박했다. 그는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될 것이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박(친박근혜)계 이계진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처리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이 있는데 숨기고 말고 할 문제냐”며 반대했다. 또 홍사덕 의원 등이 제안한 ‘3∼5개 부처 이전 절충안’에 대해서도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제정 취지에도, 수정안 주장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저에게) 당 대표라고 해서 (세종시 수정안) 찬성 의견을 말해선 안 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씀”이라며 “박 전 대표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신 것처럼, 당내 누구라도 자기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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