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의원 투표 불참률 30.2% vs 미국 상원의원 투표 불참률 2.4%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 본보 본회의 법안표결 분석

▶ 18대 국회의원(278명) 투표 불참횟수


“지역구-대외활동 바빠서…” 조경태-송영길 불참 상위권
“여당 직권상정 많았던 탓”… 野의원이 불참률 훨씬 높아
“결과 뻔한데 투표해봐야…” 표결 도중 자리뜨기 일쑤


18대 국회가 개원한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법안은 720건이다. 그런데 전체 의원의 5분의 1가량이 이 표결들 가운데 절반 이상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결 참가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의원도 10명이 넘었다.

이는 상당수 의원이 예산심사 및 결산, 정부 업무 감시와 더불어 국회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입법을 위한 표결 업무를 방기하고 있음을 뜻한다.

19일 동아일보가 18대 국회의 표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이 된 의원 278명의 본회의 투표 참가율은 69.8%에 그쳤다. 반면 미국 상원은 2009년에 실시된 397번의 표결에서 97.6%의 투표율을 기록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 불참률 ‘여저야고(與低野高)’… 의원들 “지역구 활동 때문에”

의원별로는 조경태(불참률 85.1%) 송영길(79.7%) 강성종(75.7%) 박주선(75.3%·이상 민주당) 박선영(74.0%·자유선진당) 백원우 의원(73.3%·민주당)의 표결 불참이 특히 잦았다. 한나라당에서는 전여옥(62.4%·전체 순위로는 24위) 박순자(58.2%) 이한구(54.4%) 이윤성(51.8%) 주성영(51.7%) 안형환 의원(46.3%)이 불참률 상위권을 형성했다. 본회의 투표율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여당의 참여율이 야당보다 높았다.

2008년 여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직을 맡은 전재희(89.0%·한나라당), 2009년 3월 구속된 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광재(85.1%), 와병 중인 이용삼 의원(82.6%·이상 민주당) 역시 대부분의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불참 의원들은 대체로 지역구 활동, 중앙당 차원의 정치 등 대외활동을 이유로 내세웠다.

조경태 의원 측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으로 지역구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강성종 의원 측은 “대한축구협회 회장 출마 때문에 외부 활동이 많았다”고 답했다. 백원우 의원실 관계자는 “백 의원이 지난해 말 다리를 다쳐 병가를 냈다”고 해명했다. 전여옥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난해 2월 동의대 사건에 따른 폭행사건으로 장기 입원하는 바람에 법안 처리가 많았던 2월, 4월 임시국회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 총선 때 바람선거와 국회 파행도 구조적 요인

의원들이 입법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총선거 때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바람과 선호 정당에 크게 좌우되는 선거 풍토가 구조적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로 총선 때 현역 의원의 국회 활동의 성실성 문제가 선거 이슈가 된 사례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찬욱 교수는 “의원들은 상임위 발언, 중앙당 활동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당론 표결 결정으로 결과가 뻔한 상황에서 자신의 한 표가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본회의 표결 도중 자리를 뜨는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본회의를 야당이 거부하는 정치적 이유도 변수로 거론된다. 불참률 79.7%를 기록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 측은 “여당의 일방적 법안처리와 무더기 직권상정 상황에서 송 의원이 표결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18대 국회의원 투표 불참횟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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