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정몽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여권 내 ‘세종시 전선’은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19일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해 당론을 확고하게 정하고 대오를 가지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외형상 원론적 의미였지만 세종시 원안 고수를 외치는 친박 진영을 겨냥해 세종시 수정안 당론을 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5년 전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확정되고 그 후 각종 선거공약을 통해 수없이 확인된 당론을 뒤집어선 안 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세종시 원안) 당론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지켜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날선 공방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홍준표 의원의 분당 가능성 발언에 대해 “당이 바닥까지 갔을 때 박 전 대표처럼 눈물로 호소하면서 한나라당을 살려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 지금 와서 이렇게 대접하면 배은망덕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정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같은 당에서 대화를 거부하고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대전 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전시당 국정보고대회는 친박 인사들의 집단 반발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당 지도부도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직설적인 발언을 자제했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당내 소통이 잘되도록 하겠다. 우리 모두 냉정하고 차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안상수 원내대표는 “(나의 지역구인) 과천에 66만1000m²(약 20만 평) 규모의 정부청사가 있지만 재산세 한 푼 내지 않는다. 25년 전 처음 행정도시로 만들 때 인구 7만 명이 지금도 그대로다”라며 세종시 원안인 행정도시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친박계 송광호 최고위원은 “세상을 살다 보면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막가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당초 이 자리에서 수정안을 설명할 예정이었던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은 불필요한 갈등을 우려한 듯 불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친박 측 중재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당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이달 말경 세종시 중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모임 소속 한 의원은 “원안이냐 수정안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당론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등 절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권영세 원희룡 의원 등이 참여한 중도 성향의 ‘통합과 실용’ 모임도 다음 달 초까지 세종시 관련 의견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 모임의 한 의원은 “당론을 모으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