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경 정운찬 국무총리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이용삼 민주당 국회의원(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의 빈소를 방문했다. 정 총리는 이 의원 영정에 헌화한 뒤 접견실에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정 총리는 “57년생이신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제 초선으로 할 일이 많으신데…”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유가족들은 “초선이 아니라 4선 의원입니다”라고 말을 바로잡았다. 당황한 정 총리는 옆에 있던 조원동 총리실 차장에게 “어떻게 57년생인데 4선이죠”라고 묻자 조 차장은 “36세 때인가 14대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유가족에게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후 정 총리는 유가족에게 “자제분들이 어리실 텐데 심려가 크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접견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 의원은 미혼이었기 때문. 이 의원의 동생이 “형님은 처와 자식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정 총리는 “어떻게 되신 거죠”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가족으로부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말을 듣고는 “아 그렇군요”라며 얼버무렸다.
잠시 후 정 총리는 이 의원의 동생을 형으로 착각한 듯 “이제 남아계신 형님께서 동생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하셔야겠다”고 말했다. “제가 동생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정 총리는 “아, 네”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빈소 주변에서는 “총리가 바쁘겠지만 기본적인 사항도 파악하지 않고 조문 온 것은 매우 아쉽다”는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은 22일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소한의 사실 관계조차 모른 채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유가족이 겪었을 당혹스러움이 어떠했을지 민망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이날 오후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을 통해 “일정이 바빠서 사전에 정보를 챙기지 못해 결과적으로 고인과 유가족에게 결례를 범해서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장례식 절차가 끝난 뒤 일정이 닿는 대로 정중한 사과의 뜻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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