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北 연이틀 포격 도발… '무시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정부 “과민반응땐 北의도 말려” 적극대응 자제

북한이 연이틀째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지만 정부는 목소리를 낮춘 채 ‘로키(low key)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28일 오전 8시 10분경과 오후 2시경 각각 4, 5차례에 걸쳐 연평도 인근 NLL 북측 해상으로 해안포 10여 발을 발사했다. 전날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NLL을 향해 100여 발을 발사한 데 이은 포격 재개이다. 군 관계자는 “간헐적으로 연평도 앞 북한 쪽에서 포성이 울렸다. 안개로 육안 관측이 어렵지만 해안포를 10여 발 발사했으며 오후 2시 반 이후엔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처음 해안포를 발사한 직후인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약 1시간 동안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갖고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 외에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안보장관회의 대신 안보대책회의를 소집했고, 그나마도 점검회의 수준으로 격을 낮춰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실장이 주재했다. 이런 기류에 대해 청와대는 “우리가 과민반응을 보일수록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이 무력시위로 내부를 단속하고, 현재의 정전협정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려 하는 만큼 맞불을 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교안보라인 당국자는 “북한 포탄이 NLL을 넘지는 않았다. 한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상당히 조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3년차인 올해 남북관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로키 대응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남북관계가 좋은 쪽으로 무르익고 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급진전될 수도 있다”며 “이럴 때 북한을 달래면서 가야지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바라는 가시적인 성과에는 남북 정상회담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남북 간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깊숙이 관여한 한 인사는 “올해 상반기에는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응 수위를 낮추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등을 시사하며 미국과의 접촉을 강화하려는 데 대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한국은 주요 이슈에서 후선으로 처질 수 있는 데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이 추동력을 잃을 개연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7일(현지 시간) “북한이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도발적(provocative)이며, 그런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