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놓고 또 ‘말펀치’
鄭 “약속준수, 냉철한 고민 필요”
“원안 꼭 필요하다는 입장 아닐것” 정몽준 발언에
朴 “너무 기막히고 엉뚱한 얘기”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가 2일 또다시 세종시 문제로 설전(舌戰)을 벌였다. 정몽준 대표가 지난달 14일 중국 고사인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원용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하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한 말의 공방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정 대표가 당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마련한 세종시 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죠”라고 비판했다. 또 혼잣말로 “(그런) 말도 안 되는…”이라며 불쾌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이어 정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시작됐다. 당 대표로서 본회의 데뷔무대인 이날 연설에서 정 대표는 “세종시는 ‘약속 지키기’와 ‘국가의 미래’라는 두 개의 가치 사이의 딜레마”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내 의견 차이는 수술을 해서 대못을 뽑아내느냐, 아니면 그냥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할 것이냐의 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는 선하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이성적으로 따져야 하고 냉철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정말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발언을 전해 듣고 연설에 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눈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정 대표의 연설 후 본회의장을 나가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박 전 대표는 정 대표가 세종시 원안을 ‘대못’에 비유하며 비판한 데 대해 “세종시법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든가 국토균형발전이라든가 국가 발전, 나라를 위해서 도움이 되고 잘될 수가 있는데 ‘그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세종시 문제의 본질이라고 본다”고 맞받았다.
연설을 마치고 나오던 정 대표는 기자들이 박 전 대표의 ‘기가 막히다’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아, 그러셨느냐. 몰랐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이 세종시법에 대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박 전 대표의 지적에는 “뭐가 나쁜지는 언론에서 판단해 달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날 오후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 국정보고대회에서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미래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정 대표가 연설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데 대해 “집안싸움”이라고 비판했다.
MB, 朴전대표 생일축하 난 보내… 주호영 장관, 朴못만나고 허탕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일로 58번째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에게 1일 주호영 특임장관을 보내 축하 난을 선물했지만 주 장관은 박 전 대표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장관은 1일 오후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난을 들고 가겠다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다른 일정 때문에 만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주 장관은 국회 의원회관의 박 전 대표 사무실을 방문했고 결국 난을 그냥 두고 나왔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주 장관을 일부러 피한건지, 아니면 실제로 불가피한 다른 일정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메신저인 장관이 직접 대통령의 선물을 배달하겠다고 밝혔으면 예의상 만나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친이계 인사는 “두 사람이 직접 통화는 했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까지 경원시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