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4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정운찬 국무총리의 답변엔 거침이 없었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국회 첫 데뷔무대였던 지난해 11월 초 대정부질문 때 조심스러웠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정 총리는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김정권 의원이 “세종시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없다”고 하자 “최근 정치인 여러분이 지역에 내려가 말하는 것을 보면 국가의 장래, 경쟁력보다는 지역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뜻을 철저히 따라가는 현상을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충청도민이 세종시 수정안을 불신한다’는 친박계 유정복 의원의 추궁에는 “충청도민은 수정안이 원안보다 좋다는 걸 알고 있으나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거나 의사표시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을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복선을 깔고 한 정책”이라고 표현했다가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의 비판을 받았으나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표를 얻기 위해서 (추진)했다고 생각했고 이후에도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했다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대정부질문이 여야 할 것 없이 대부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진행되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답변이 총리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4명의 대정부 질문자 가운데 충청 출신인 양승조(충남 천안을) 정범구 의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을 배치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방침에 항의하며 21일째 단식농성 중인 양 의원은 삭발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초췌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탄 채 단상에 올랐다. 양 의원은 “총리는 한때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으나 지금은 매향노 총리, 세종시 세일즈맨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억울한가?”,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몇 차례나 했는지 아느냐”며 비난했고 정 총리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두 번”이라고 답한 뒤 “품격 있는 단어를 써 달라” “자꾸 퀴즈 하듯이 묻지 말고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갖고 질의 답변을 하자”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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