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정치자금법 위반 시 당선 무효 처분을 받는 벌금 기준을 현행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높이려는 것에 대해 검찰과 법원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관대한 법안을 만들어 정치자금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면 검찰과 법원도 그에 걸맞게 구형량 및 실제 형량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게 다수 법조인의 견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의원직을 잃게 되는 정치자금법 벌금 기준을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뜻을 모으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 간 협상에 넘겨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의원직 상실형 100만 원 기준’이 10여 년 전에 만들어져 현실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게 주된 근거다.
이에 대해 7일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고액의 달러와 5만 원권 등 현물을 통해 주로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아 이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관대한 법안까지 만들려고 하는 것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 “정치권, 불법자금 받지말라는 국민정서 외면” ▼
당선무효형 100만 원 기준은 그 자체로 불법 정치자금은 한 푼도 허용할 수 없다는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인데 세월이 흐르고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기준을 높이려는 것은 본래 취지를 무시하는 주장이라는 것.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도 “벌금 기준을 높이면 검찰의 구형 기준도 300만 원에 맞춰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도 “기준을 300만 원으로 올리든 1000만 원으로 올리든 해당 범죄가 당선무효에 해당할 만큼 위중하면 그 기준 이상의 형을 선고하게 될 것”이라며 “당선 무효형을 겨우 면하는 이른바 ‘80만 원 판결’이 ‘250만 원 판결’ 등으로 상향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위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률이 물가에 비해 정치자금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묶어 놔 불법 자금의 수수를 오히려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며 “의원직 상실형의 기준을 바꾸려면 다른 정치자금법 세부 규정도 함께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을 연간 총 2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의원 1명에게는 연간 500만 원 넘게 기부할 수 없어 기부금 몰아주기도 금지돼 있다.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은 의원 1인당 연간 1억5000만 원 이하로 묶여 있다. 이 규정은 2004년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서울시장)이 발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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