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띄우는 설 공개 연하장]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민주당 서갑원 의원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1일 03시 00분


선거구 조정… 쇠고기 수입…
당 설득 발벗고 나섰던 모습
386 선입견 바뀐 계기됐지요

존경하는 서갑원 수석께.

서 의원을 '수석'이라 부른 것은 재선의원들이 가장 선망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데 대한 예우이자 경의의 표시이니 '님'자를 붙이지 않았다고 나무라지는 마세요.

저와 서 수석이 여야 간사를 맡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정개특위에서 가장 민감했던 사안은 헌법 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지방의원 선거구 조정이었다고 봅니다. 일괄적으로 각 시군마다 2명씩 선출하도록 된 광역의원을 지역주민 수에 비례하도록 조정한 것은 많은 의원들의 이해가 얽히다보니 합의까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서 수석의 역할이 컸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연 2회 열리는 재보궐 선거를 1회로 줄이기로 합의한 후 발표장 앞에서 만난 서 수석이 "형님 큰일 났습니다.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요"라고 말했을 때는 허탈감과 당혹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그럼 어떡하냐"고 면박을 줬지만 당 지도부의 입장 때문에 간사 간 합의를 철회해야 하는 그 고통을 왜 몰랐겠습니까. 초췌한 서 수석의 얼굴에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지방의회 기초의원 소선거구제 조정과 선상부재자투표가 무산된 것은 섭섭하지만 당 지도부의 반대 입장이 확고했기 때문에 서 수석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이해합니다.

사실 18대 국회 초반까지만 해도 저는 서 수석에 대해 소상히 아는 게 없었습니다. '386출신 야당 원내수석으로 강경노선을 주도함으로써 국회 파행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란 인식도 없지 않았거든요. 그런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 기준을 두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했던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특별위원회였습니다. 광우병이 발생했던 국가에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 국회 동의 여부를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섰습니다. 제가 한 발 물러서 '동의' 대신 '심의'로 하면 정부를 설득해보겠다고 제안하자 서 수석도 양보해 당내 강경그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을 설득했죠. 저에게는 참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정개특위는 그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한 쟁점이 있었지만 거듭되는 간사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인간적 매력까지 지닌 서 수석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 수석에게 대해 개인적인 유감(?)이 하나 있습니다. 특위활동 브리핑을 위해 우리가 카메라 앞에 함께 선 적이 몇 차례 있었잖습니까. 훤칠한 키의 서 수석과 나란히 서다보니 "장 의원, 왜 그리 작아 보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어디서도 키 작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말이죠.

사석에서는 형님 아우님 했으니, 사랑하는 아우 서 수석!

정권 교체도 몇 차례 했으니 이제 역지사지할 때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든 야든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며 서로 미루지 말고 '내가 먼저' 버릴 것은 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서로 자신의 입장이나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정치를 선진화하는데 서 수석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서 수석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설 용의가 있습니다.

바쁜 일정 탓에 변변한 술자리 한 번 못 가져본 것 같습니다. 특위가 마무리 되는대로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에서 소주나 한 잔 기울이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아무쪼록 설 귀향 활동에 큰 성과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2010년 2월 10일 장윤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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