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도론 갈등’ 확산]세종시 가는 길 ‘외나무다리’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수정안 정상처리 꼬여가지만
박재완수석 “되돌릴수 없다”
일각 국민투표 주장 거세져

친이 원내대표와 친박 최고위원1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허태열 최고위원(왼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여야가 합의한 공직선거법이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수정안 발의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함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경제 기자
친이 원내대표와 친박 최고위원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허태열 최고위원(왼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여야가 합의한 공직선거법이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수정안 발의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함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경제 기자
청와대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강도론’ 갈등으로 지난달 11일 수정안 발표 후 한 달을 넘긴 세종시의 미래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강도론’ 파문은 세종시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해법은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당론 결집이 최우선 순위이며 이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주류도 일단 세종시 관련 법안 상정 이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수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국민투표 등 ‘절차적 해법’을 모색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이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지만 외국에서는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민감한 사안은 국민투표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방안에는 그만큼 “더는 가만있을 수 없다”는 여권 주류의 절박감이 묻어 있다. 지방선거 전 별도의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투표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장 야당 등이 국민투표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결과적으로 충청권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투표론 제기는 여권 주류가 “당론 변경 논의도 안 되고, 국회 자유투표도 안 되고, 국민투표도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냐”라며 여론에 호소해 친박(친박근혜)계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4월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과감하게 수정안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 대통령으로선 손해 보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당한 국론분열을 감수하면서 추진해온 수정안을 거둬들일 경우 “왜 안 될 일을 시작했느냐”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회 상정 과정에서 극심한 당내 분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편 11일 ‘KTV 정책대담’에 출연한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정권이 바뀌면 세종시 계획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7년 동안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도록 설정했다”고 말해 수정안 관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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