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원내대표와 친박 최고위원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허태열 최고위원(왼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여야가 합의한 공직선거법이 친박계 유기준 의원의 수정안 발의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함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김경제 기자
청와대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강도론’ 갈등으로 지난달 11일 수정안 발표 후 한 달을 넘긴 세종시의 미래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강도론’ 파문은 세종시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해법은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당론 결집이 최우선 순위이며 이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주류도 일단 세종시 관련 법안 상정 이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수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국민투표 등 ‘절차적 해법’을 모색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이 헌법상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가 있지만 외국에서는 국론 분열이 우려되는 민감한 사안은 국민투표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방안에는 그만큼 “더는 가만있을 수 없다”는 여권 주류의 절박감이 묻어 있다. 지방선거 전 별도의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투표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장 야당 등이 국민투표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결과적으로 충청권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투표론 제기는 여권 주류가 “당론 변경 논의도 안 되고, 국회 자유투표도 안 되고, 국민투표도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냐”라며 여론에 호소해 친박(친박근혜)계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4월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과감하게 수정안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 대통령으로선 손해 보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당한 국론분열을 감수하면서 추진해온 수정안을 거둬들일 경우 “왜 안 될 일을 시작했느냐”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조기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회 상정 과정에서 극심한 당내 분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편 11일 ‘KTV 정책대담’에 출연한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정권이 바뀌면 세종시 계획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7년 동안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시 되돌릴 수 없도록 설정했다”고 말해 수정안 관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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