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당이 중심이 돼 결론 내렸으면” 李대통령 발언 나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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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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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李 “지체할 것 없다” 당론채택 속도전


與 169명 중 10분의 1인 17명 요구땐 의총
3분의 2인 113명이 찬성해야 당론 변경

친박 50여명 뭉치면 수정안 채택 힘들어
박근혜 “어렵지만 좌절안해” 홈피에 글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세종시 관련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당이 중심이 돼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고 촉구한 것이 친이계 진영의 ‘속도전’에 힘을 실어준 듯하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의총 소집은 당론 변경을 위한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도론’ 논란이 봉합되면서 일시 휴전(休戰)에 들어간 양 진영의 재격돌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 안상수 “의총은 원칙대로 소집”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이번 주 의총 소집을 요구하기 위해 여러 의원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남경필 의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달 (의원들이) 의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먼저) 모아 수정안에 담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이 의총 소집을 요구하면 열도록 돼 있다. 재적의원이 169명인 만큼 17명만 요구하면 의총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의총 개최의 열쇠를 쥔 안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총 소집 요구가 들어오면 원칙대로 소집하겠다”며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좋은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인데 친박계도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헌상 의총에서 당론 변경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113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친이계는 현재 △수정안 찬성 105명 △수정안 반대 49명 △찬반표명 유보 15명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수정안 찬반 표명을 유보한 15명의 거취가 변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주축인 ‘함께 내일로’가 16일 개최할 워크숍이 세종시 문제에 대한 당내 목소리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당내 토론이 시작되면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넘어 다양한 절충안과 출구전략이 나올 수 있다”며 “토론을 미루는 것은 더는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 친박계는 ‘정중동’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원내대표가 며칠 전까지 ‘의총은 없다. 당분간 논의를 자제하자’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돌변하는 것은 ‘조변석개’”라며 “세종시 원안 백지화를 논의하기 위한 의총은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 논의 자체를 거부했던 친박계의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총이 출구전략의 하나라면 찬성한다”고 했고, 이학재 의원도 “지도부가 수정안 찬성 의견만 내는 상황에서 원안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논의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2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예년보다 춥고, 눈도 많이 온 겨울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모두가 더욱 슬기롭게 대처하여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청와대, 당 논의에 촉각

청와대는 친이 핵심그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12일 한나라당 지도부를 만나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친박계의 수정안 반대 의견이 어차피 요지부동이므로 당론 변경 논의를 더 늦출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세종시 문제가 자칫 지방선거 이후로 장기 표류할 경우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도 당론 변경 절차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친박계 의원 50여 명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면 당론 변경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당론 채택 과정에서 의원 개인의 소신을 보장할 여러 대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며 “방법론은 당에서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세종시 관련 5개 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16일로 끝남에 따라 이달 말까지 공청회 개최, 법제처 심사, 차관 회의 등 후속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후 다음 달 초 국무회의에서 세종시 관련법 심의를 마치고 국회에 넘길 계획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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