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전쟁에 대비해 2008년 미군으로부터 구입한 전쟁예비물자(WRSA) 탄약의 절반 이상이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08년 한미 간 ‘WRSA 양도 합의각서’에 따라 2700억 원 상당의 탄약과 물자, 장비 등 25만9000t을 구매했고, 이 중 99% 정도가 탄약이다.
군 관계자는 15일 “군은 지난해부터 그동안 전력화를 위해 WRSA 탄약을 군에 배치해 시험발사를 해왔는데 발사가 아예 안 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탄약이 많았다”며 “불량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불량 탄약을 넘긴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물론 불량품을 구매한 한국군 관련자의 책임론까지 나올 수 있어 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복 타격이 중요하다”면서 “최초 보복 타격에는 한국군이 보유한 신형 탄약이 사용되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불량률이 높은 WRSA 탄약을 쓸 수밖에 없어 군의 전쟁수행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WRSA 탄약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된 각종 탄약류를 동맹국에 비축해 둔 것으로 한국의 경우 1974년부터 ‘WRSA-K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비축해 관리했다. 하지만 미국은 노후한 WRSA를 정비·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한국 측에 이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6차례의 협상 끝에 2008년 12월 한국이 전체 WRSA 가운데 절반을 인수하고 대금 2700여억 원은 나머지 WRSA의 국외 반출을 위한 운송 용역 등으로 대납하기로 했다. 한국 측이 구입한 WRSA 탄약에는 155mm 포탄, 81mm 박격포탄, 105mm 전차포탄 등 구형 총포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구매 당시 성능시험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전체를 모두 검사하려면 10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표본 검사를 했고, 당시 검사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WRSA를 구매할 당시 “우리 군 전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탄약과 장비, 물자 가운데 성능이 검증된 물량을 선별해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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