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前경제비서 한성룡 조용한 죽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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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작년 사망 공개 안해… 국장 예우 관행 안지켜
“재직 21년 경제난 해결못해 김정일 눈밖에 난듯”

20여년 동안 북한 경제정책을 총괄했던 한성룡 노동당 중앙위원회 경제담당 비서(사진)가 지난해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통일부는 17일 배포한 2010년판 ‘북한의 주요인물’을 통해 한 비서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자세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노환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1923년생인 한 비서는 2004년 8월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 당국이 그의 사망이나 국가장의위원회 구성 사실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당 비서 같은 고위직이 사망할 경우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해 국장을 치르고 이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왔다. 이에 대해선 한 비서가 지난해 제12기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에서 대의원 자격을 내놓으면서 당 비서 직에서도 이미 물러나 전직(前職)의 신분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에서는 전직이라도 당 비서 같은 고위직을 지냈다면 국장의 예우를 해 준다”며 “한 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비서가 1988년 당 비서에 취임한 뒤 21년 동안 북한 경제가 위기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비서의 취임 이듬해인 1989년부터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 비서는 2002년 제한적인 경제개혁 조치인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했지만 경제를 되살리지 못했다. 그가 2004년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뒤 북한은 2005년 하반기부터 다시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섰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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