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요소를 통제하면서 외자유치 외치는 것은 모순 정상회담은 목적아닌 수단… 구체적으로 진행한
건 없어
北 정보단속은 개방에 역행… 외부와 통할 환경 만들어야 산림녹화는 민족 백년대계… 北서 조건
걸어서는 안돼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집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향후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국군포로 납북자 등 인도적 문제가 해결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다른 현안에 임하는 북측의 잘못된 태도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 4층 집무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 현 장관은 12일로 취임 1년을 넘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해 지난 정부보다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현재 북한 이탈 주민이 2만 명에 달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잘 받아들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도 문제가 잘 풀려 국내에 들어오면 북한의 우려처럼 체제 선전에 이용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남북 협력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평양에 가서 일본인 납북자들을 데려온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도 혹시 평양에 가면 국군포로, 납북자와 함께 귀환하는 시나리오가 있나.
“일본의 사례를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문제를 우리가 실질적으로 풀어내는 그런 방향이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없다. 정부 내에 원칙과 컨센서스가 있기 때문에 이런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면서 국민의 합의를 얻을 것은 얻고 지지를 받아야 될 부분은 받겠다. 정상회담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목적을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다. 성사 여부나 시기 등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큰 틀에서 봐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이 내부의 정보 유통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성공할 것이라고 보나.
“북한 체제의 특성상 스스로 딜레마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기술(IT) 시대에 정보유통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체제 문제 때문에 관리의 문제가 생긴다. 사회주의 체제가 가진 일반적인 문제는 정보의 유통과 개혁 개방, 체제의 미래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선제적인 개혁 개방을 통해 외부에 문을 열었고 정보의 유통이 경제 발전의 촉매제가 되고 개혁 개방을 심화하는 선순환을 보인 성공적인 사례다. 베트남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북한도 이 점에 천착해야 한다.”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에는 100억 달러 외자 유치설도 있는데 북한의 경제노선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시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다시 계획경제로 돌아가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다고 본다.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은 것으로 본다. 그야말로 완벽한 통제경제, 계획경제를 계속할 수 있느냐의 문제고 체제의 경제능력과 관련된 문제다. 북한이 시장 요소를 통제하면서 외자유치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다. 정보 유통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외부 세계와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남북이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진행했지만 북한의 태도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북한이 과연 재작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는 3가지 조건은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신변 안전 보장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이 1년에 수십만 명 가서 관광하는 곳인데 그런 장치들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3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기간 때처럼 개성공단의 통행을 제한할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그런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해 개성공단 통행이 3차례 중단되고 근로자가 억류됐을 때 위기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개성공단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됐다. 두 번, 세 번 이런 문제가 일어나면 국민들이 인내할지 의문이다. 그것은 개성공단뿐 아니라 남북관계에 심대한 위협을 주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어려움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조금씩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당근과 채찍 가운데 채찍이 효과를 나타냈다는 의미가 아닌가.
“국제사회가 북한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공동의 규범을 북한이 어겼기 때문에 다시 어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간단하다. 북한은 6자회담의 틀로 돌아와 스스로 합의했던 9·19공동성명을 이행하면 된다.”
―핵 문제와 평화협정 문제가 북-미 양자 사이에 논의될 경우에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지….
“핵 문제는 6자회담의 틀에서 진행되는 문제이면서 남북 간에도 논의돼야 한다.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나 포럼에 한국은 당연히 주요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문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북한 산림녹화 사업의 조건과 주체를 놓고 말들이 나오는데….
“북한 산림녹화 사업은 한반도의 미래와 민족의 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선의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 북한 산림녹화의 1차 수혜자는 바로 북한 주민과 정권이다. 여기에 오해가 있어선 안 된다. 어떤 조건이 붙어 있는 것도, 조건을 걸어서도 안 되는 문제다. 북한 산림녹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에 쌀과 비료를 지원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또 이 사업은 남북관계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와 녹색성장위원회가 다뤄야 하며 국내 문제를 다루는 사회통합위원회가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부가 민간 차원의 산림녹화 협력사업을 계속 지원하되 수십 년간 치밀하고 종합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된 우리의 산림녹화처럼 진행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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