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교육개혁’ 회초리 직접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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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알몸 졸업식 뒤풀이 충격… 대책회의 신설 매달 주재”

“나부터 회초리 맞아야할 일, 변화 느낄수 있게 챙길것”
“교육목적 다시 생각을” 공무원 - 교사 자성 촉구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일부 중학교의 ‘알몸 졸업식 뒤풀이’와 관련해 “어찌 아이들만 나무랄 수 있겠나. 대통령인 저부터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일부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의 졸업식 뒤풀이 모습은 제게 충격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런 일을 한 아이들 대부분이 ‘원래부터 그랬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항변했다는 게 참으로 가슴 아팠다”며 “육체적인 폭력과 성적 모욕이 대물림되고 증폭되고 있는데도 아이들은 이것이 잘못인 줄 몰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이 바로 제가 ‘이번 일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선생님들을 포함해 모든 어른들이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교육개혁은 올해 우리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라며 “매월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열어서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직접적으로는 알몸 뒤풀이 파문에서 기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관련 사실을 거론하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교육의 근본 목적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일선 교육계의 문제점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남의 장학사 인사비리와 관련해 교육개혁의 주체인 교육공무원과 교사들의 부정과 일탈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집권 3년차 핵심과제를 교육개혁으로 설정했지만 일선에서 벌어지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제일 싫어하는 게 돈에 얽힌 부정부패”라며 “뒤풀이 파문과 관련해 학교장과 교사들의 책임을 강조한 배경에는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더불어 자성을 촉구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신설해 직접 매달 주재하겠다고 밝힌 것도 교육계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또 올해를 교육개혁의 실질적인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청와대 내의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만큼 올해부터는 정치개혁과 함께 교육개혁을 이명박 정부의 성과로 삼겠다는 전략적 선택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교육개혁대책회의는 비상경제대책회의의 교육판이라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교육을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취임 2주년(25일)과 관련해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꾸리느냐 하는 것이다. 각오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집권 3년차 진입에 대해 “근무자세에 긴장이 풀릴 수 있고 특히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며 “둘 다 놓치면 안 되지만 특히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힘을 가진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는 서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줄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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