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국회, 마지막까지 ‘민생’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야당은 본회의장 떠나고… 여당은 정족수 못채우고
68개 법안중 28건만 통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일 국회 본회의장. 세종시 공방으로 허송세월한 여야는 이날 모처럼 본회의를 열었다. 이날 처리할 법안은 68개에 달했다.

이날 오후 4시경 29번째 법안인 ‘학교체육법안’ 처리를 앞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법안이 상정된 뒤 반대토론에 나선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법안의 취지는 좋으나 심각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법안 부결을 당부했다.

박 의원이 지적한 ‘절차상 하자’란 상임위원회인 교육과학기술위의 통과 과정에서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체육 특기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 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159명 중 찬성 52명, 반대 74명, 기권 33명으로 법안이 부결된 것이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더욱 황당한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법안 부결에 반발한 민주당이 일제히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다. 결국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본회의가 자동 유예되면서 나머지 39개 법안은 상정조차 못했다. 이에 따라 빛을 보지 못한 법안 더미에는 장애인의 창업을 지원하는 ‘장애인 기업활동 촉진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여야는 이에 앞서 국회의원 보좌진을 1명씩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3번째로 일찌감치 처리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법안엔 ‘찰떡공조’를 과시한 셈이다.

전체 의원 수가 169명인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나머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8시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 수는 90여 명에 그쳤다. 재적 과반인 의결정족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결국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날 본회의는 자동 유회됐다.

거대 여당의 ‘무기력’과 소수 야당의 ‘몽니’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여야 모두 민생국회를 약속한 2월 임시국회는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레퍼토리를 재연했고 민생은 이번에도 실종됐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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