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역주행 국회의 황당한 2월 국회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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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17시 00분




◆동아논평: 역주행 국회의 황당한 2월 국회 마감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어제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도중 일제히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체육법안'에 대해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법안 취지는 좋으나 심각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서 부결을 당부한뒤 표결 결과 실제 법안이 부결되자 이에 반발한 것입니다. 이 법안은 체육특기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었습니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 대해 민주당으로서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표결은 개개인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원들의 판단아래 이뤄지는 것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의결정족수가 부족해짐에 따라 어제 회의는 자동 유예됐습니다. 68개의 법안 처리가 예정돼 있던 본회의에서 학교체육법안 이후 남아 있던 39개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소수 야당의 '몽니'가 법안처리 라는 국회의 고유한 과제를 실종시켜 버린 셈입니다.

169석의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의 무기력증도 어제 오늘 현상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나머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어제 저녁 긴급소집된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수는 의결정족수인 재적과반수에 훨씬 못미치는 9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본회의장에 다시 들어가지도 못한 채 2월 국회를 마감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처리가 미뤄진 법안에는 장애인의 창업을 지원하는 '장애인 기업활동 촉진법 개정안' 같은 민생법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돌연한 퇴장 배경으로 세종시 수정안이 이달 중 국회에 제출되면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야당과 한나라당내 친 박근혜 계 의원들의 반대를 모아 조기에 부결시키겠다는 정략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입만 열면 '민생'을 입에 올리면서도 어이없는 이유로 법안처리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야당이나, 속수무책으로 2월 국회를 넘겨버린 무능한 거대여당을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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