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김연아 점프 때 눈감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15시 35분


이명박 대통령은 3일 김연아 등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여러분 정말 장하다.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며 "거침없이, 겁 없이, 빠르게 앞을 내딛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가 정말 밝다, 이렇게 생각한다. 여러분 성과 보며 국민 모두가 '국운 있는 나라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여러분들의 성취 결과를 놓고 '기적이다. 기적을 이뤘다'고 얘기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와 땀, 열정과 노력 없이 기적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 시청 당시의 긴장과 소회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 '내가 좀 밀면 앞설 수 있을까' 했고, 김연아 선수가 점프할 때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 뜨고 보니 성공했더라"며 "그 심정은 아마 5000만 국민 모두가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연아 선수 경기할 때 보니까 코치가 손짓 발짓 하면서 더 애타하더라"며 "코치 보면 잘 했는지 다 알겠더라"고 말했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격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규혁 선수는 국민들이 하나같이 안타까워했다"고 말했고, 봅슬레이의 강광배 선수에게는 "성공적으로 결선에 들어갔더라. 19등이었나"라며 "이건 금메달이다. 1등 한 선수가 우리 같은 (열악한) 조건이면 결선에 못 들어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영화 '국가대표'를 2번 봤다. (스키점프대) 현장에 가봤지만 이제 (겨우) 연습장 하나 만들었더구먼"이라며 "그런데도 나가서 (잘) 하더라. 여러분 하여튼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에게도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며 이 회장에게 "이번 성과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주최국 선정에) 도움이 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오찬 전에 동계올림픽 선전을 거론하며 "우리나라가 복이 많은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오늘 오찬 메뉴에 젊은 선수들을 고려해 라면을 포함시켰지만 (내가) '소문 안 좋게 날 수 있으니 빼라'고 해서 뺐다"고 말했다.

이날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경기 중 사용했던 고글을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에게 각각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쓰고 빙상 선수가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의 동작을 흉내 내 장내에 웃음이 일었다. 김연아는 자신의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여야 대표들도 참석해 모처럼 스포츠를 매개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작년 4월 여야 3당 대표 초청 조찬 회동 이후 11개월만에 청와대를 방문한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메달 따면 지지율 올라간다던데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걱정됐나"라고 답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동아일보는 3월 2일자 A6면 기사에서 지난 십여년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에서 한국선수들이 선전을 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3~5%포인트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정세균 대표는 또 "김연아 선수 경제효과가 엄청나다던데"라며 "예전엔 격투기로 금메달을 땄는데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따는 걸 보니 이제 국격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그게 바로 선진국형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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