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2지방선거 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각 당 내부에선 벌써부터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간 갈등으로 아직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은 중앙당 공심위 구성을 마무리했지만 경선 방식과 야권 통합 방식을 놓고 이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야권은 6·2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 2년의 역주행’을 심판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내부 속사정은 꼬일 대로 꼬여 있다. 민주당은 주류-비주류 갈등이 커지고 있고 야 5당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 민주당 공천 주류-비주류 갈등
민주당원들 사이에선 새로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7, 8월에 열릴 ‘전당대회’는 금기어다. 당권 거론 자체가 ‘지방선거를 앞둔 해당행위’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의 밑바닥에는 정동영 의원의 복당 이전부터 치열하게 진행돼 온 정세균 체제(주류)와 정동영 리더십(비주류)의 대결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이종걸(경기) 이계안(서울) 유필우 씨(인천) 등 비주류 소속 전현직 의원 3명은 7일 밤 최고위원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정동영계인 이종걸 의원은 “공천심사위원단이 친(親)정세균 일색으로 구성됐고 여론조사 비중이 50%나 되는 등 정 대표가 염두에 뒀다는 평을 듣는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따졌다. 이에 앞서 이들은 “정세균 체제는 민주당 정신을 훼손했고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며 정 대표를 정조준한 바 있다.
민주당의 내홍은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전면화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표적인 지역이 광주다. 민주당은 광주시장 후보 선출일자(4월 10일)는 정했지만 경선방식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일요일 밤에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자리였다. ‘2000명 규모의 공천배심원 가운데 선별된 일부 배심원에게 광주시장 후보를 최종 결정짓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자’는 주류의 뜻에 박주선 최고위원이 강력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최고위원은 당 대표직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측 우상호 대변인은 “전남 경기 등 일부에서는 대결 국면이 부분적으로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내부 대결 국면으로 보는 것은) 틀린 분석”이라고 반박한다. ○ 야권 연대노력과 동교동계 신당 출범 움직임
민주당은 야 5당과 4개 시민단체가 만든 ‘5+4협의체’가 4일 발표한 1차 합의를 큰 진전으로 해석했다. ‘광역단체장은 유력 후보가 있는 곳에 양보하고 수혜 정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양보한다. 합의가 안 된 지역은 경쟁한다’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주요 후보 독점을 전제로 한 단일화를 그리고 있다. 정 대표 측 관계자는 7일 “이런 합의는 민주노동당 등 군소야당이 ‘우리 때문에 야당이 선거에 졌다’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뜻에서 양보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핵심인 서울 경기 후보단일화는 갈 길이 멀다.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노회찬 전 의원(진보신당)이 양보할지, 경지지사를 놓고 심상정(진보신당) 유시민 전 의원(국민참여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5일 동교동 신당으로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동교동계를 소집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돌발변수다. 창당을 점치긴 이르지만 한 전 대표가 자유선진당을 탈당한 심대평 전 대표와 자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친박 “공심위원 한명 더 달라” 강성 분류 이성헌 의원 포함도 요구 친이 “불가” 맞서… 오늘 의결 미지수
한나라당이 6월 지방선거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주 출범 예정이었던 공심위는 공심위원 배분을 둘러싼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 갈등으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공심위원장인 정병국 사무총장은 지난주 당내 인사 12명과 외부 인사 3명으로 구성한 초안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지만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12명의 당내 인사 중 친박계는 제1사무부총장 자격으로 당연직 멤버인 안홍준 의원을 포함해 주성영 구상찬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는 것.
친박계는 2008년 총선 때 친이계가 편파적인 공심위 구성으로 친박계에 대해 ‘보복공천’을 자행했다며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밀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공심위원 몫을 1명 더 늘리고 서울시당 공심위 활동을 원하는 초선의 구 의원 대신 사무부총장 등을 지내며 ‘조직 관리’에 능한 이성헌 의원(재선)의 참여를 요구한 배경엔 이런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 사무총장은 친박계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정 사무총장은 7일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심위는 지역과 선수, 남녀, 당내외 인사 비율 등을 고려해 구성한 것이다.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개별적인 변화를 원한다고 하면 전면적으로 공심위 구성을 다시 짤 수밖에 없다”며 기존 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친이계의 핵심 의원은 “친박계가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로 바꿔달라는 요구는 명분이 없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공정한) 공천이라고 하면서 공심위를 객관적으로 구성하지 않고 친박계에 ‘보복공천’을 했다가 무소속과 친박연대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던 지난 총선 때의 국민의 심판을 벌써 잊은 한심한 작태”라고 주장했다. 다른 핵심 의원은 “국민공천배심원단까지 도입하고도 이해 당사자격인 친박계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공심위원을 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심위 구성안이 순탄하게 의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의 핵심 의원은 “여러 상황을 볼 때 공심위 구성이 당장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다. (계파) 한쪽에서 계속 반대한다면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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