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이어 ‘성폭행’도… 일 터져야 움직이는 한국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정쟁 벌이다 상임위 보이콧…이견없는 법안까지 올스톱…법사위가 입법 발목잡기도
3월 국회 거부하던 한나라…‘여중생’ 불똥튀자 개최 합의
“사회적 처리 시급한 법안은 시한 넘기면 자동상정되게” 학계, 시스템 개선 요구

‘부산 여중생 성폭행 피살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뒷북 대응이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2월 임시국회 내내 세종시 논란 등으로 공방을 벌여온 여야가 ‘부산 여중생 성폭행 피살사건’이 터지자 그동안 방치해뒀던 성폭력 관련 법안들을 시급히 처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우리 국회의 고질적 구태’의 반복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조두순 사건’ 이후 국회에는 성범죄 근절 대책을 위한 각종 법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 등 정치 쟁점에 밀려 성범죄 관련 법안의 법사위, 상임위 처리는 줄줄이 막혔다. 성범죄 법안은 여야 정쟁이나 이념적 논란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치쟁점의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다.

국회 상임위가 법안처리라는 본연의 업무를 방기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쟁점으로 대립할 때마다 상임위를 보이콧하는 잘못된 관행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4대강 사업의 예산 삭감을 요구하며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를 보이콧했다. 지난해 7월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격돌할 때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장 앞을 막고 회의를 열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이종걸 교과위원장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법안 등을 상정해주지 않는다며 항의의 표시로 교과위 예산심사 소위 참여를 거부했다.

일반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법률의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거치는 법사위가 여야 지도부의 입김에 따라 법안처리 순서를 정하면서 ‘병목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말 예산안과 노동관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치할 때 법사위 유선호 위원장은 여야가 기획재정위에서 합의 처리한 예산부수법안의 상정을 거부했다. 4대강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거부 방침을 따른 것이다. 17대 국회 때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법사위원장이었을 때도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저지하는 데 법사위를 활용했다.

학계에선 차제에 법사위의 기능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법사위가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들을 살펴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본회의로 넘긴다. 그러나 법률적 검토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심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상하원에도 법사위가 있지만 우리처럼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일은 없다”며 “법사위의 기능을 자구 수정이나 법률적 검토로만 국한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17대 국회 때 법사위의 법안 심사 기능을 폐지하고 그 대신 이 기능을 국회 법사위 소속 전문위원 등 국회 내 법률 전문가그룹에 위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실 평소에는 국회 상임위 상설화 등을 외치며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처리해야 할 법안은 방기하다 국민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만 서둘러 민생법안 처리에 달려드는 건 우리 국회의 낯익은 모습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정치권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악습을 그만두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여야 갈등으로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로 표류하는 중요 법안이나 사회적으로 처리가 시급한 법안은 상임위 처리 시한을 넘기면 자동적으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손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법안에 발의한 의원의 이름을 붙여줘야 의원이 법안 처리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홍길동 의원이 법을 발의하면 ‘홍길동(한나라당) 의원법’이란 명칭을 쓰도록 해 의원이 법안 처리에 사활을 걸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여론에 떠밀려 늑장 대응에 나서면서도 여야는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낯 뜨거운 장면을 잊지 않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야당의 정치공세와 정쟁에 파묻혀 민생 중의 민생인 아동성폭력 관련 법안이 신속히 처리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5정조위원장인 최영희 의원은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 법안을 제출했지만 한나라당의 늑장으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동영상=부산 여중생 시신 발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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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추천 많은 댓글

  • 2010-03-10 08:00:31

    국회의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자!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 진짜 등원하여 국정에 참여하는 율이 얼마나 되는지 국민의 종이 국회의원인데 이것들이 국민위에서 개뻘짓을 한 일이 얼마나 되었던가? 국회의원 뺏지도 노예를 상징하는 쇠사슬모양으로 바꾸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흉악범들이 국회의원들 아니던가? 직무를 유기하고 제밥그릇 찾기에는 재빠르고 국민을 대상으로 인잘범들이 이들이 아니고 누구던가 국민들이야 어떻게되든지 간에 제놈 또제편 이익에만 골몰하는 저들에게 개발찌를 채우는 법율을 국민청원으로 만들어보자!!!

  • 2010-03-10 10:12:52

    무능한, 무책임한 현 국회의원들은 다음에 절대로 표를 주어서는 안된다. 주인인 국민이 정신을 차릴 때이다. 정직한, 유능한, 책임있는 대표를 뽑아서 국회로 보내야 한다. 이는 투표권자인 국민의 책임이다.

  • 2010-03-10 07:34:18

    이나라의 국회 있으나마나 국고손실만 초래허는 사이비국회없에버려야지!지금도 지방선거 명함을 한번 보시라요?민생국회 말만 번드레?이나라국회 의원 정치인 입만 벌렸다하면 거짓말! 누가 당신들 말 믿을까?정신 안차려도좋으니 집에서 아이나보는게 남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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