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18일 발표한 무상급식 대책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압축된다. 우선 무상급식 대상을 꾸준히 확대하는 방안을 재확인함으로써 야권의 전면 무상급식 방안에 각을 세웠다. 동시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보육비와 유아교육비(유치원비) 전면 지원이라는 ‘제3의 카드’를 꺼내 야권의 무상급식 공세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원내대표가 당정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무상급식 이슈가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6·2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의식한 대목이다.
당정 “농어촌-저소득층 무상급식” 중산층도 보육비 전액지원 대상에 野 이슈 선점하자 ‘반전카드’ ‘부 자급식 불허’ 각 세우면서 ‘육아 지원폭 확대’ 눈길 끌기 또 하나의 포퓰리즘 野공약 70%인 1조4000억 필요…“예산확보 곤란” 당초 與논리 군색
○ 보육비 지원으로 무상급식 정면 돌파
지난주 한나라당의 한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전면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으로 대표적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점이 부각된 만큼 이제는 무상급식과 맞설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면 무상급식은 무상급식 점진 확대로 맞서되, 무상급식의 프레임을 깰 ‘더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발표된 서민층을 위한 보육비와 유아교육비 전면 지원 카드가 바로 그것이었다.
당정은 우선 야권의 ‘의무교육=의무급식’ 논리를 깨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교육과 급식을 분리하면서도 저소득층 자녀의 무상급식은 계속 확대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초중학생에 대해 2012년까지 전원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전체 초중고교생 중 무상급식 비율은 지난 정부 말의 10% 수준에서 26%까지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는 거의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또 당정은 저소득층 자녀만을 위한 부분 무상급식이 ‘눈칫밥’을 먹게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의식해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활용해 무료 급식 대상 학생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으로 무상급식 이슈를 정면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여권은 판단한 듯하다.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의견(52%)이 반대 의견(48%)보다 높았다.
당정이 이날 보육비와 유아교육비 전면 지원이라는 ‘반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보육비와 유아교육비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에 머물지 않고 상위 30%를 뺀 중산층 이하로 확대한 것도 무상급식 이슈의 파괴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날 당정회의 발표를 계기로 ‘내가 낸 세금을 부자까지 혜택을 보는 전면 무상급식에 쓸 것인지, 아니면 중산층 모두가 혜택을 보는 보육비 및 유아교육비 지원에 쓸 것인지’를 택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여권이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위해 필요한 예산(약 2조 원)의 70%에 이르는 1조4000억 원이 필요한 무상급식 확대와 보육비·유아교육비 전액 지원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선거를 겨냥한 또 하나의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지방선거 구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여권이 무상급식 프레임을 보육정책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인물 중심’보다는 ‘서민 정책 대결’로 지방선거의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보육정책을 책임지는 시도지사와 교육정책을 맡는 교육감 선거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해 선거를 치를 방침이어서 무상급식과 보육정책 이슈는 지방선거의 초반 판세를 잡는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야권이 18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발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말로는 무상급식이지만 내용은 차별급식이자 제한급식”이라며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발상은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전체 학생 중 30%에도 못 미치는 ‘왕따 급식’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무상급식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얻자 생색내기라도 해서 지방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민주당과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에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결의대회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6·2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하는 대단히 중요한 계기”라며 “무상급식 관련 법안을 3, 4개월 내 꼭 처리할 수 있도록 전력투구하자”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