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 갈등 ‘치킨게임’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 北 ‘부동산 몰수’ 협박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등은 19일 북측이 실시하는 부동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등은 19일 북측이 실시하는 부동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아산-한국관광공사 등 “北 부동산조사에 응할것”
금강산 관광 중단된 틈 노려… 中여행사 4월 사업시작說
“신변보장을” “軍 조사참여”… 남북 강경속 타협 가능성도


북한 노동당 산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금강산관광지구 내 부동산을 가진 남측 사업자들을 25일 소집한 것과 관련해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등은 19일 북측이 실시하는 부동산 조사에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가 금강산에 보유한 부동산은 모두 합해 2500억 원 규모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 등 금강산에 투자한 다른 기업들과도 대응 방법 등을 논의하겠다”며 “23일까지 북측이 요구한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조사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공사는 현대아산과는 달리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조사에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참석 여부에 대한 사업자들의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사업자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고 사업자들이 북측에 입장을 개진하거나 협의해야 할 사항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사업자가 꼭 다 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아산과 협의를 한다든지 다른 방식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남한 정부가 건설한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와 관련해 “정부는 사업자들과 함께 금강산에 갈 계획이 없다”며 “이산가족면회소는 관광시설이 아니라 남북한 당국이 합의하에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시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측은 남측 부동산 조사에 내각은 물론 군부 인사들까지 참여시키겠다고 남측에 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자 없이 방북한 남측 사업가들이 북한 군부의 위협적인 언사를 듣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08년 12월 17일 당시 김영철 국방위원회 국장(현 인민군 정찰총국장)은 개성공단에서 기업인들을 모아놓고 “남측 당국은 앞에서는 대화 의지가 있다고 하고 뒤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 “우리는 개성공단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현재 남북 양측은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치킨게임은 두 명이 차를 몰고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다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는 게임. 북측은 18일 “다음 달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자가 해외 및 국내 관광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나 정부는 “우리 관광객의 신변안전 문제가 보장돼야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 중국 여행사가 금강산 및 개성을 포함한 북한 관광을 4월에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실제로 새로운 사업자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북한은 대외 신인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남측도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한 만큼 양측이 극적인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당국자는 “북측이 관광객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문서에 내각 등의 명의로 사인을 하면 관광 재개의 3대 조건 중 나머지인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은 거기에 포함된다고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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