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오찬장 서랍장등 돈봉투 처리 공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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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辯 “돈 챙긴뒤 곧바로 배웅… 시간상 불가능”■ ‘한명숙 재판’ 총리공관 초유의 현장검증韓 “저 서랍장 쓴적 없어”…재연 시간차 놓고도 신경전

돈봉투 진실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22일 사상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1층 오찬장(지금은 
집무실)에서 법원의 현장 검증이 실시됐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돈봉투를 놓고 나온 상황을 설명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오른쪽)가 팔짱을 낀 채 이를 지켜보고 있다.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 당시 상황을 
재연한 결과 곽 전 사장이 자신이 앉았던 의자에 돈봉투를 놓고 나오는 데 15초가 걸렸다. 김재명 기자
돈봉투 진실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22일 사상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1층 오찬장(지금은 집무실)에서 법원의 현장 검증이 실시됐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돈봉투를 놓고 나온 상황을 설명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오른쪽)가 팔짱을 낀 채 이를 지켜보고 있다.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 당시 상황을 재연한 결과 곽 전 사장이 자신이 앉았던 의자에 돈봉투를 놓고 나오는 데 15초가 걸렸다. 김재명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법원의 현장검증이 열렸다.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와 한 전 총리,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검사, 변호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현장검증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진행됐다.

2006년 12월 20일 오찬회동이 있었던 오찬장은 지금은 집무실로 바뀌었지만, 검찰의 요청에 따라 오찬 당시와 똑같은 모습으로 가구가 배치됐다. 한가운데 원형 식탁 한 개와 의자 4개가 빙 둘러 놓였고 오찬장 입구 맞은편 벽 쪽에 서랍장이 있었다.

현장검증의 쟁점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하는 게 가능했는지에 있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곽 전 사장의 설명에 따라 돈 봉투를 꺼내 의자에 놓는 동작과 이를 한 전 총리가 집어 들고 서랍장에 넣는 것을 가정해 현관까지 나가는 동작을 초 단위로 재면서 여러 차례 재연했다.

곽 전 사장은 “일어서면서 숙인 채로 봉투를 하나씩 꺼내 테이블 방향으로 (두 개의 봉투가) 겹치지 않게 뒀다”며 “(참석자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섰고) 총리님이 좀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 설명에 따라 곽 전 사장의 대역이 각각 2만, 3만 달러가 든 봉투를 하나씩 꺼내 나란히 의자에 놓고 오찬장 문 앞까지 나오는 데 15초가 걸렸다.

이어 검찰 측은 한 전 총리가 의자 위의 돈봉투를 서랍장에 챙겨 넣었으리라고 가정한 상황을 재연했다. 한 전 총리 대역이 봉투를 챙겨 테이블 뒤에 있는 서랍장 왼쪽 맨 위 서랍에 봉투를 넣고 곽 전 사장을 뒤따라 현관까지 나가는 데 34초가 걸렸다. 이를 지켜보던 한 전 총리는 옆 사람에게 “나는 저 서랍 쓴 적도 없는데…”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상황을 변호인 측이 재연했을 때에는 45초가 걸리는 등 시간차가 났다. 서랍장을 여닫는 소리가 오찬장 밖에서도 들리는지를 확인할 때에도 검찰 측이 재연할 때와 변호인 측이 재연할 때 소리 크기가 서로 달라 이를 지켜보던 재판장과 한 전 총리는 웃음을 짓기도 했다.

현장검증에는 당시 총리공관 관리팀장과 총리 수행비서, 경호팀장 등 증인 4명이 참석해 오찬이 끝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오찬장 문을 열고 나오자 수행비서 강모 씨가 복도의 소파에서 오찬장 앞으로 다가가는 장면을 재연했다.

한 전 총리는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내내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총리 공관에 도착하자마자 “아, 오래간만에 온다”고 말했고, 오찬장 안에서는 팔짱을 낀 채 재연 모습을 지켜보거나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눈이 많이 내리네요. 좋은 날이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검증이 끝난 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연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 측은 “오찬장 안에 서랍장과 드레스룸이 있어 돈봉투를 처리할 공간이 충분했다”고 주장했고, 변호인 측은 “한 전 총리가 돈봉투 2개를 챙겨 다시 자기 자리 쪽으로 와서 서랍장에 넣어놓고 참석자들을 배웅하기 위해 현관까지 나가기에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동영상 = 사상 첫 총리공관 현장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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