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안중근 장군’ 호칭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4일 03시 00분


“그분 정신을 군인정신으로”… 국방일보도 ‘장군’으로 표기
보훈처 “강등시키는 셈” 반대

육군이 공식적으로 안중근 의사(사진)의 호칭을 장군(將軍)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23일 계룡대 육군본부의 지휘부 회의실을 ‘안중근 장군실’로 바꿔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25일 안중근 장군실 개관식을 열어 안 의사의 장군 호칭 사용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육군은 “안 의사가 스스로 군인임을 강조한 바 있고 그분의 정신을 군인정신의 기본으로 삼자는 취지에서 안중근 장군으로 호칭을 정했다”며 “장군 호칭은 계급적인 의미가 아니라 국가 위기에 몸을 던진다는 상징적이고 포괄적인 무관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사회에서 안 의사라고 호칭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 의사는 자신을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고 밝혔고 ‘국가를 위해 몸 바침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뜻의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글을 쓴 바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발굴과 선양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는 육군의 안 장군 호칭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김양 보훈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수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의사를 매년 60명씩 배출되는 장군(장성)으로 부르는 건 부적절하다”며 “지금까지 의사라고 칭했던 분을 오히려 강등시키는 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군 안팎에서도 정식 군대가 아닌 의병 지휘관을 장군으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고, 장군이라는 호칭 자체가 역사성이 희박한 데다 역사적인 의거를 한 인물을 군인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등의 반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안중근 의사 호칭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육군이 장군으로 사용하는 것을 규제할 문제는 아니고 안 의사의 의거에서 나타난 군인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소속 국방일보는 23일자 1, 2면 기사에 안 의사를 ‘안중근 장군’으로 표기해 보도했다.

한편 해군에서는 해군 장성을 장군이 아닌 제독으로 부른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 대신 ‘이순신 제독’으로 칭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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